中 데이터 마이닝·임상 생태계 강점, 美 AI 인프라·자본력 우위…바이오시큐어법으로 견제
2025년 中 아웃라이선싱 1357억 불 사상 최고…노바티스-사이뉴로 17억불
2025년 中 아웃라이선싱 1357억 불 사상 최고…노바티스-사이뉴로 17억불
이미지 확대보기2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와 세계 최대 수준의 임상시험 생태계를 바탕으로 신약 혁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수익화를 위해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협력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강점: "세계 최고의 임상 시험장과 데이터 마이닝"
홍콩 밸류 파트너스 그룹의 의료 투자 파트너인 양춘옌(Leung Chuen-yan) 박사는 중국이 AI 신약 개발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압도적인 데이터 수집력이 첫째다. 유전체 정보부터 임상시험 결과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추출하는 능력이 중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효율적인 임상 생태계가 둘째다. 방대한 환자 풀을 바탕으로 임상 대상자를 신속하게 모집할 수 있으며, 24시간 가동되는 연구 시스템 덕분에 약물의 시장 출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규제 속도가 셋째다. 중국은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여 신약 개발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있다.
미국의 우위: "독보적인 AI 인프라와 자본 생태계"
최첨단 하드웨어가 첫 번째 우위다. 엔비디아(NVIDIA) 등 세계 최고의 AI 칩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10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AI 공동 혁신 연구소처럼 기업 간 기술 융합이 활발하다.
벤처 캐피털의 힘이 두 번째다.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바이오테크 투자 생태계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한다.
바이오시큐어법(Biosecure Act)이 세 번째 우위다. 워싱턴은 작년 말 통과된 이 법안을 통해 유전 정보를 반도체와 같은 전략 자산으로 취급, 중국의 데이터 통제권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2025년의 '공생': 1357억 달러 규모의 기술 수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양국의 비즈니스 협력은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넘기는 '아웃라이선싱(기술 수출)' 규모가 2025년 한 해에만 1357억 달러(약 190조 원)에 달했다.
주요 사례로는 노바티스(Novartis)와 사이뉴로(SciNeuro)가 17억 달러 규모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뇌 장벽 투과 기술과 노바티스의 상업화 역량을 결합했다.
이노벤트(Innovent)와 다케다(Takeda)는 최대 114억 달러 규모의 항암제 공동 개발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애브비(AbbVie)와 롱창 바이오는 1월 12일 암 치료용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을 위해 6억5000만 달러의 선불금을 포함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AI 투자 가속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AI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상하이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서 AI를 도시 발전의 모든 측면에 통합하며,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 연산 능력, 첨단 칩 개발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중국의 숏폼 비디오 플랫폼 기업인 콰이쇼우는 1월 17일 사상 처음으로 해외 부채 시장에 진출해 35억 위안(약 5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딤섬 채권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에 이어 콰이쇼우 역시 조달한 자금을 AI 역량 강화와 데이터 센터 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다.
아세안 AI 스타트업과의 대조
중국의 활발한 AI 투자는 아세안 AI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감소와 대조적이다. 아세안 지역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캐피털 자금 조달이 2024년 5억2020만 달러에서 2025년 4억1050만 달러로 약 21% 감소했다.
아세안 AI 스타트업들은 '성장'에서 '생존'으로 전략을 전환하며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정부와 빅테크의 막대한 자본으로 AI 신약 개발, 데이터 센터, 대규모 언어 모델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협력의 역설
미·중 AI 신약 개발 협력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깊어지는 '공생 관계'를 보여준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와 이중 용도 품목 수출 금지에 맞서 G7 공조를 통해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은 12억 달러 규모의 전략 비축으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나 AI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떼어낼 수 없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오시큐어법으로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의 신속하고 저렴한 임상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와 임상 생태계로 혁신을 주도하지만, 자국 내 혁신을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미국의 자본과 마케팅망이 절실하다.
"상호 의존 없이는 혁신도 없다"
양춘옌 박사는 "미국 시장 접근성은 중국의 강력한 제조 및 임상 역량에 빠진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제약사들은 신속하고 저렴한 중국의 임상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 혁신을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미국의 자본과 마케팅망이 절실하다.
AI가 주도하는 신약 개발 시대에 두 강대국은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떼어낼 수 없는 기묘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중국 기업 아웃라이선싱 1357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 기록은 미국 시장에 대한 중국의 높은 의존도를 보여준다. 동시에 미국 제약사들이 중국의 혁신 역량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6년은 미·중 AI 신약 개발 협력이 지정학적 긴장을 넘어 더욱 깊어질지, 아니면 바이오시큐어법 같은 규제가 협력을 제한할지 주목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경쟁 속 공생'이라는 역설적 관계가 어떻게 진화할지가 글로벌 바이오테크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