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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압박에 ‘美 자산 매도’론 재부상

지난 18일(현지 시각)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옛 항구에서 한 남성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8일(현지 시각)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옛 항구에서 한 남성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동맹국들에 추가 관세를 경고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미국 자산 매도’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 속에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였고, 유럽 통화와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조짐이 나타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경우 일부 유럽 국가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관세는 다음 달 1일부터 10%로 시작해 6월 1일에는 2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유럽 증시는 하루 만에 1% 이상 하락했고, 미국 주식 선물도 약세를 보이며 휴장 이후 부진한 출발을 예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약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세계 최대 기축통화인 달러 자체를 겨냥한 리스크로 인식되면서다. 반면 유로화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저 수준에서 반등했고, 파운드화와 스칸디나비아 통화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안전 통화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은 달러 대비 한 달 만에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프란체스카 포르나사리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 통화 솔루션 책임자는 “주말 사이 벌어진 상황에 충격을 받은 투자자들이 자산 보유 방식을 다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달러는 추가로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견조함이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반응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했을 당시 달러가 하루 만에 약 2%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세 부과의 적법성을 둘러싼 미국 연방대법원 판단과 유럽 각국의 대응이 불확실한 점도 시장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외에도 ‘반강압 수단’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제도는 미국 기업의 공공 조달 참여나 투자·금융 활동 접근을 제한하거나 서비스 무역을 제약할 수 있는 장치로 아직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다. 레너드 콴 티로우프라이스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로서는 신호보다 잡음이 더 큰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유럽 투자자들이 실제로 미국 자산을 대거 매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석가들은 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자본시장이 국제 투자자들의 대체 선택지를 제한하는 동시에 외국 자금 유출에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독일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미국 주식과 채권 약 8조 달러(약 1경1792조 원)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으로 이는 전 세계 다른 지역을 합친 규모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 리서치 총괄은 “서방 동맹의 지정학적 안정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환경에서 유럽이 지금과 같은 역할을 계속 맡을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ING그룹은 유럽연합이 민간 부문 투자자들에게 달러 자산 매도를 강제할 수단은 없고, 유로화 자산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달러는 지난해 주요 통화 대비 약 10% 하락한 뒤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의 달러 약세 베팅을 상당 부분 되돌렸고, 현재는 약 2억4000만 달러(약 3538억 원) 규모의 소폭 강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시장 심리가 다시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인공지능 기대를 바탕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 MSCI 주식지수에 포함된 국가의 93%가 미국 증시 수익률을 웃돌았다. 바클레이스는 “무질서한 자산 이동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국제 주식 비중을 늘리려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유럽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영국과 독일의 국내총생산이 각각 0.2~0.3%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무역 불확실성과 보복 조치가 더해질 경우 충격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독일 기업의 대미 투자는 2025년 2~11월에 전년 대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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