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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그린란드 육상 유전 탐사 다시 시동…美 자본 들어오며 정치적 관심 확대

지난 2024년 7월 5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남부 이갈리쿠 정착지에 그린란드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4년 7월 5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남부 이갈리쿠 정착지에 그린란드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그린란드에서 10년 넘게 중단됐던 석유 탐사가 다시 추진되면서 미국 자본의 역할과 워싱턴의 전략적 관심이 맞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 목표를 이유로 신규 석유 개발을 금지한 그린란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기존 허가를 기반으로 한 육상 탐사 프로젝트가 재가동 국면에 들어섰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의 석유탐사 기업 그린란드 에너지와 영국의 자원탐사 업체 80마일이 올여름까지 그린란드 동부 제임슨 랜드 분지에서 육상 탐사정 2개를 시추할 계획이라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그린란드에서 처음 이뤄지는 석유 탐사 시추다.

◇ “회수 가능 매장량 40억배럴”…제임슨 랜드에 쏠린 시선

독립 기관들의 추정에 따르면 제임슨 랜드 분지에는 위험 조정을 하지 않은 기준으로 약 40억배럴의 회수 가능 자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1차 탐사정이 겨냥하는 잠재 자원 규모만 해도 약 12억배럴에 달한다.

그린란드의 석유 개발 역사는 기대와 좌절이 반복돼 왔다. 1975년 미국의 아모코, 셰브런, 애틀랜틱리치필드, 모빌 등 주요 석유 기업들이 탐사 허가를 받았지만 성과 부진으로 10년 안에 모두 철수했다. 이후 1980~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탐사 시도가 이어졌으나 본격적인 시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해상 탐사에 국제 석유기업들이 다시 관심을 보였지만 유가 하락과 함께 투자가 중단됐다. 2018년 이후 신규 허가는 나오지 않았고 2021년 7월 그린란드 정부는 기후 목표와 환경 위험을 이유로 석유·가스 신규 허가를 전면 금지했다.

다만 이 조치는 이미 발급된 허가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제임슨 랜드는 그린란드에서 유일하게 육상 석유 탐사 허가가 내려진 지역으로 2014년 국제 입찰을 통해 영국 탐사기업 화이트 플레임 에너지가 권리를 확보했다. 이후 2024년 영국 상장사인 80마일이 이 회사를 인수했고 그린란드 당국은 허가 기간을 4년 연장해 법적 효력을 재확인했다.

◇ 미국 자본 유입…“우연이라 보기 어려운 시점”


프로젝트는 2025년 들어 다시 속도를 냈다. 80마일은 3월 텍사스 기반 민간 기업 마치지엘과 자금 조달 계약을 맺고 탐사정 2개의 시추 비용 전액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후 9월에는 마치지엘이 그린란드 익스플로레이션과 펠리컨 애퀴지션과 합병해 미국 상장기업인 그린란드 에너지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구조에서 그린란드 에너지는 제임슨 랜드 프로젝트의 경제적 지분 70%를 보유하고 80마일은 30%를 유지한다. 이 거래를 통해 평가된 프로젝트 가치는 약 3억3700만 달러(약 4945억 원)다.

캐나다의 에너지 자문사인 스프롤 ERCE는 2025년 평가에서 제임슨 랜드 분지의 위험 조정 전 회수 가능 자원을 약 40억배럴로 추산했다. 탐사정(OPW-1)은 여름철 시추가 예정돼 있으며 뒤이어 두 번째 탐사정이 연속으로 가동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비중이 커진 점은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텍사스 기반 자본이 그린란드의 유일한 활성 석유 프로젝트에 진입한 시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하에서 워싱턴의 그린란드 전략적 관심이 다시 부각된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80마일의 로데릭 맥일리 최고경영자는 “미국 기업 참여는 기술적 역량에 따른 것일 뿐 정치적 개입과는 무관하다”며 “모든 규제 협의는 허가 보유자와 그린란드 정부 사이에서만 이뤄진다”고 선을 그었다.

◇ 인프라·기후·정책…넘어야 할 장벽 여전


전문가들은 프로젝트가 직면한 장애 요인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한다. 그린란드는 석유 생산 인프라가 전무하고, 내수 수요도 거의 없다. 상업 생산이 이뤄질 경우 전량 수출에 의존해야 하며 북극권 특화 수송 시설 구축이 필수다.

지리적 여건도 녹록지 않다. 제임슨 랜드는 북극권에 위치해 시추 가능한 기간이 여름철로 제한되고, 빙하 이동과 악천후, 유빙 문제로 물류와 안전 리스크가 크다. 그린란드 전역에서 지금까지 시추된 유정은 해상 15개, 육상 6개에 불과하며 2011년 이후 시추는 전무했다.

경제성 역시 불안 요소다. 그린란드 탐사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시기에 관심을 끌었지만 2014~2016년 유가 급락 이후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대규모 발견이 이뤄지더라도 손익분기점이 높고 개발 기간이 길며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정치·사회적 변수도 부담이다. 그린란드 경제는 어업 의존도가 높고 북극 환경에서의 원유 유출은 복구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1년 금지 조치가 나왔고 현재 정부는 사고 발생 시 수십억달러 규모의 정화 비용을 보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와 금융권의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2026년이 분수령”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제임슨 랜드의 최대 장점으로 육상 프로젝트라는 점을 꼽았다. 해상 북극 프로젝트보다 비용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기후 변화로 시추 가능 기간이 늘어나는 점도 물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정치적·환경적 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탐사를 넘어 지정학적 신호로 읽히는 이유는 시점”이라며 “미국 자본이 진입한 시기와 워싱턴의 그린란드 전략 재부상이 겹친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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