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발판 삼아 2026년 사상 최대 설비투자…한국, 반도체 장비 투자 세계 2위 등극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AI가 이끈 역대급 실적, HBM이 핵심 동력
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 매출 24조4489억 원, 영업이익 11조3834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47%라는 경이적인 수치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분기 전사 매출 86조1000억 원, 영업이익 12조2000억 원을 올리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반도체(DS) 부문만 영업이익 7조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의 핵심 동력은 HBM이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병목을 해소하는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HBM은 현재 글로벌 수요의 대부분이 선계약으로 소진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62%에 달하며, 마이크론이 21%, 삼성전자가 17%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 합산 2026년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6년 설비투자, 합산 70조 원대로 확대
삼성전자는 2025년 DS 부문 설비투자 40조9000억 원에서 2026년 메모리 투자를 상당 수준 증가시킬 방침이다. HBM 월 생산량을 현재 17만 장에서 20만 장으로 끌어올리고, 평택 P4-4 구역 준공 시점을 2027년에서 2026년 1분기로 앞당겼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팹은 기존 4나노 계획을 2나노로 전면 전환해 월 5만 장 규모로 2026년 본격 가동한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3조8700억 원) 규모의 자율주행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파운드리 반격의 신호탄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설비투자 결과로, 2026년 한국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에서 대만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등극할 전망이다.
과거 슈퍼 사이클의 교훈, '수율 중심·선단 공정 집중'
한편 양사는 이번 사이클에서 공격적 투자와 함께 신중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의 뼈아픈 교훈 때문이다. 2017~2018년, 2021~2022년 두 차례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경험한 양사는 '호황기 과잉투자의 함정'을 잘 알고 있다. 2018년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58조8900억 원, SK하이닉스가 20조8438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후, 2019년 불황기에 D램 가격이 47% 폭락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2021~2022년 호황기에도 과잉 생산이 2023년 양사 모두 적자 전환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사는 이번 사이클에서 '수율 중심·선단 공정 집중' 전략을 택했다. 과거처럼 웨이퍼 투입량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1c나노·1b나노 등 최첨단 공정 전환에 투자를 집중하고, HBM처럼 수익성이 검증된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연간 매출의 35% 수준에서 투자를 조율하며 공급과잉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 격화, 마이크론과 중국의 추격
한국 기업들의 초격차 전략에 글로벌 경쟁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로 맞불을 놓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를 200억 달러(약 28조9400억 원)로 대폭 확대하고, 일본 히로시마에 1조5000억 엔(약 13조8500억 원) 규모의 HBM 팹을 건설한다.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연합도 2026년 45억 달러(약 6조5100억 원) 투자를 계획 중이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YMTC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294층 3D 낸드를 양산하며 2026년 말 시장 점유율 15% 달성을 노린다. CXMT는 DDR5 전환을 가속화하며 HBM3 2026~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한국 업체 추격에 나섰다. 다만 미·중 반도체 갈등으로 인해 중국 업체들의 첨단 장비 조달이 제한되면서 HBM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슈퍼사이클 지속 전망 속 위험 요인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1분기까지 D램 가격이 추가로 18~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 2026년 영업이익을 133조4000억 원, SK하이닉스는 99조 원으로 전망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증권도 "AI 수요가 역사적 반도체 사이클 패턴을 깨고 6년 연속 성장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골드만삭스는 "HBM 공급 과잉으로 2026년 가격이 1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반도체 갈등도 변수다. 미국 정부는 2024년 말 140개 중국 기업을 수출 규제 명단에 추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삼성·SK하이닉스의 중국 팹 장비 수입 허가도 연간 갱신 체제로 전환됐다.
주주환원·인수합병 전략도 강화
투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급 수익은 주주환원 정책과 인수합병(M&A) 전략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주당 고정 배당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인상하고 연간 총 1조 원 규모를 환원한다. 삼성전자는 연간 9조8000억 원 정규배당을 유지하며, 2025년 초 5705만 주 자사주 매입 후 전량 소각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8년 만에 가장 활발한 M&A에 나섰다. 독일 플렉트그룹(17억 달러), ZF ADAS 사업부(16억 달러)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자율주행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내에 M&A 전담팀을 신설한 것도 공격 경영의 신호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며 솔리다임을 흑자 전환시켰고, 낸드 시장 점유율 2위로 도약했다.
메모리 반도체 황금기를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선택이 향후 10년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결정할 전망이다. AI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초격차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