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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1.4나노 승부수… “수율 자신감에 2027년 시범 생산 앞당긴다”

490억 달러 투입해 대만 중부에 생산 거점 구축… ‘2028년 양산’ 목표
2나노 주문 폭주 속 초격차 전략 가속… ASML 차세대 장비가 변수
TSMC가 차세대 1.4나노미터(nm)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TSMC가 차세대 1.4나노미터(nm)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차세대 1.4나노미터(nm)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초기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확보함에 따라,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폭증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Wccf테크는 지난달 31(현지시간) 대만 경제일보를 인용해 “TSMC1.4나노 공장 건설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2027년 시범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일정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이르면 2028년부터 본격적인 대량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만 중부에 490억 달러 투입… “2나노 공급난 해소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대만 중부과학단지에 들어설 1.4나노 생산 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이미 기초 공사를 시작했으며, 최근 장비 입찰을 마치고 공장 건물 입찰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490억 달러(709000억 원)가 투입된다. 축구장 수십 배 크기에 달하는 부지에는 팹(Fab·반도체 공장) 4개 동과 사무동이 들어선다.

TSMC가 차세대 공정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자신감수요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Wccf테크는 “TSMC가 차세대 노광 기술을 통해 예상보다 우수한 수율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현재 1.4나노 공정은 초기 개발 단계로 수율이 20% 미만에 머물러 있지만, 공장 가동 시점에는 양산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설 것이라는 계산이다.

2나노 공정에서 겪고 있는 공급 부족 현상도 조기 투자를 이끈 원인이다. 현재 TSMC2나노 생산 능력은 애플이 초기 물량을 대부분 확보한 탓에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사들이 앞다퉈 최첨단 공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TSMC는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충해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A14’로 명명된 1.4나노, 기술 장벽 넘을까


TSMC1.4나노 공정을 ‘A14’로 명명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관건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생산하는 하이 뉴머리컬어퍼처(High-NA) EUV’ 장비 도입 여부다.

이 장비는 기존 극자외선(EUV) 장비보다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어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당 가격이 4억 달러(5700억 원)에 달해 비용 부담이 막대한 탓에, TSMC는 그동안 도입 시기를 신중하게 조율해 왔다.
업계 전문가는 “TSMC가 공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장비 비용 문제를 상쇄할 만큼 수율 개선 기술을 확보했거나, 고객사 가격 인상 수용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1.4나노로 직행하기 전 1.6나노(A16) 공정을 거쳐 갈 가능성도 크다. Wccf테크는 애플은 아직 1.6나노 공정 계약을 맺지 않았으며, 엔비디아가 이 기술의 첫 번째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검증된 2나노 공정을 우선 활용한 뒤, 1.4나노로 직행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4나노(A14) 공정, 무엇이 달라지나


한편 TSMC가 승부수를 띄운 1.4나노(A14) 공정은 단순한 회로 선폭의 축소를 넘어, 반도체 성능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업계의 최신 로드맵에 따르면, 1.4나노 공정은 직전 세대인 2나노(N2) 공정 대비 연산 처리 속도는 10~15% 향상되고, 같은 성능을 낼 때 소비 전력은 20~30%가량 절감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수천억 원 단위로 아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1.4나노 공정에는 2나노에서 처음 도입된 ‘GAA(Gate-All-Around)’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어 적용된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이 기술은 전류 제어 능력을 극대화하여 누설 전류를 잡고 전력 효율을 높인다. 특히 A14 공정에서는 적층 수를 늘리거나 구조를 최적화해 집적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에서 서버급 AI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완성된다. 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할 수 있게 되며, 자율주행차의 인지·판단 속도 또한 비약적으로 빨라져 완전 자율주행의 기술적 토대가 될 전망이다.

경제 효과 160억 달러… 파운드리 패권 굳히기


TSMC는 이번 1.4나노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160억 달러(23조 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8000명에서 1만 명에 이르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대만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TSMC의 이번 결정이 파운드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들이 2나노 이하 공정에서 추격의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TSMC1.4나노 양산 일정을 앞당기며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 분석가들은 희토류 등 원자재 공급망 불안과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이 변수지만, TSMC20281.4나노 양산에 성공한다면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전해진 TSMC의 공격적인 투자 소식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나노(nm) 단위를 넘어 시간 싸움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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