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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새로운 석유"…펜타곤, '2027년 절벽' 앞두고 中 흑연 끊기 사활

美 국방수권법 따라 2027년 10월부터 CATL·BYD 등 중국산 배터리 구매 금지
이스라엘 스토어닷, "흑연 대신 실리콘 음극재로 '기술 주권' 확보"…드론·AI 전력 안정화의 열쇠
중국 CATL이 개발한 '프리보이(Freevoy)' 슈퍼 하이브리드 배터리.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 특히 흑연 시장을 장악하며 미국 안보의 잠재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사진=CATL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CATL이 개발한 '프리보이(Freevoy)' 슈퍼 하이브리드 배터리.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 특히 흑연 시장을 장악하며 미국 안보의 잠재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사진=CATL

미국 국방부(펜타곤)와 실리콘밸리가 '배터리'를 단순한 에너지 저장 장치가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심장부로 재정의하고 있다. 군사 드론부터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동하는 배터리 기술의 공급망을 미국의 최대 지정학적 라이벌인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술 전문 매체 EE타임스(EETimes)가 심층 보도를 통해 12월 30일(현지 시각) 이 같은 흐름을 전했다.

2027년 다가오는 '배터리 절벽'…흑연 의존도가 아킬레스건


이스라엘의 배터리 개발사 스토어닷(StoreDot)의 도론 마이어스도르프(Doron Myersdorf) CEO는 "배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석유(New Oil)'"라고 규정했다. 그는 AI와 국가 안보 이슈가 결합되면서 배터리의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 국방부는 '2027년 절벽(2027 Cliff)'이라 불리는 심각한 데드라인에 직면해 있다. 미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2027년 10월부터 펜타곤은 CATL, BYD 등 중국의 '우려 기업(foreign entities of concern)'으로부터 배터리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무기 체계가 중국산 공급망에 깊숙이 얽혀 있다는 점이다. 미군은 약 6000여 종의 배터리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배터리 음극재(Anode)의 핵심 소재인 흑연(Graphite)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90%를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 마이어스도르프 CEO는 "중국산 LFP(리튬인산철)든 유럽산 NMC(니켈·망간·코발트)든 모든 배터리는 흑연을 필요로 한다"며 중국의 '흑연 통제권'이 과거 유럽을 옥죄었던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같은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리콘 주권'으로 돌파구…충전 시간 단축해 전장 판도 바꾼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스토어닷은 흑연을 아예 배제하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산 흑연 대신 호주,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조달 가능한 실리콘과 니켈, 망간 등을 활용해 '실리콘 주권(Silicon Sovereignty)'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리콘 배터리는 공급망 독립뿐만 아니라 전장(Battlefield)에서의 전술적 우위도 제공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된 드론전(Drone Warfare)의 핵심은 '충전 속도'다. 현재 군용 드론은 비행 시간보다 충전에 4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스토어닷의 초고속 충전 기술이 적용되면 드론의 재충전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군사 작전 효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스토어닷이미지 확대보기
스토어닷의 초고속 충전 기술이 적용되면 드론의 재충전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군사 작전 효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스토어닷

스토어닷이 개발한 '초고속 충전(XFC)' 기술은 '10 in 5' (5분 충전으로 100마일 주행) 성능을 목표로 한다. 마이어스도르프 CEO는 "5분 만에 재충전이 가능하다면 드론 함대는 사실상 '다운타임(가동 중단 시간)' 없이 무제한으로 공중에 머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찰 로봇이나 로봇 개(Robot Dog)의 작전 효율성을 생사가 갈리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AI 레이스는 곧 에너지 전쟁…트럼프 행정부의 태세 전환


배터리 전쟁은 군사를 넘어 AI 패권 경쟁으로도 확장된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 에너지부 장관이 "맨해튼 프로젝트 2"라고 명명한 AI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센터는 99.999%의 가동률(five nines)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백업 전력 시스템에도 중국산 LFP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스토어닷 측은 실리콘 배터리가 AI 연산 폭증에 따른 전력 급등락을 견디며 전력망 안정화 장치(Grid Stabilizer)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워싱턴 정가의 기류도 변했다. 과거 전기차를 "사기(Scam)"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행정부조차 이제는 배터리를 단순한 친환경 수단이 아닌 '국가 안보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호주의 망간 개발 업체 사우스32(South32)의 주디 브라운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속 가능성'을 좋아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 스토리'를 좋아한다"고 촌평했다.

스토어닷은 최근 안드레티 애퀴지션(Andretti Acquisition Corp. II)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 상장(티커: XFC Battery)을 추진 중이며, 기존 공장을 개조하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모델로 2027년 데드라인 이전에 비(非)중국산 배터리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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