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리스트, 6개 특허 침해 주장…제품 미국 반입·판매 원천 차단 요청
구글·슈퍼마이크로도 피소, 최종 결정 2027년 중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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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조사는 지난 9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소재 넷리스트가 ITC에 제출한 제소장에서 비롯됐다. 넷리스트는 삼성전자가 DDR5 메모리 모듈과 HBM에 적용되는 자사의 6개 미국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법인인 삼성전자아메리카·삼성반도체, 그리고 구글(Google),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uper Micro Computer)가 포함됐다.
수입·판매 원천 차단 요청…AI 서버 공급망에 파급 우려
넷리스트가 ITC에 요청한 조치는 두 가지다. 첫째는 '수입 배제 명령'으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되는 제품이 미국 국경을 통과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세관에서 막는 조치다. 둘째는 '중지 명령'으로, 이미 미국 안에 들어와 있는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조치다. 이 두 명령이 모두 내려지면 삼성전자의 DDR5 메모리 모듈, HBM 제품, 그리고 이를 탑재한 서버·컴퓨팅 플랫폼·저장장치가 미국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이번 사안은 인공지능(AI) 산업에 민감한 시점에 불거졌다. DDR5와 HBM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데이터센터용 AI 서버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수입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내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기준 서버용 D램 수요 충족률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I 가속기용 HBM 생산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공급 여력이 제한된 영향이다.
피소된 기업들은 제소장 송달 후 20일 이내에 공식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결석 판결(Default Judgment)이 내려지고, 추가 심리 없이 배제 또는 중지 명령이 발효될 수 있다. ITC 조사는 연방법원 소송보다 신속하게 진행되며, 통상 15개월 안에 종료된다. 이번 사건의 최종 결정은 2027년 중순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넷리스트-삼성전자 분쟁 장기화…배심원 평결 6080억 원
넷리스트와 삼성전자 간 특허 분쟁은 2020년부터 이어져 왔다. 양사는 2015년 D램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나 2020년 관계가 틀어지면서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넷리스트는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두 차례 승소했다. 지난 2023년 4월에는 5개 특허 침해에 대해 3억315만 달러(약 4380억 원), 지난해 11월에는 3개 특허 침해에 대해 1억18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배심원 평결을 이끌어냈다. 합산하면 4억 2115만 달러(약 6080억 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에 항소하는 한편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해 일부 무효 판결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3월과 12월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넷리스트의 핵심 특허 2건에 대한 유효성을 재확인했다. 이 특허들은 ITC 제소에 포함된 6개 특허 가운데 일부다.
넷리스트는 LG반도체 출신 홍춘기 대표가 2000년 미국에 설립한 기업이다.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로부터 4000만 달러(약 570억 원)와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냈고, 현재 마이크론과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실상 글로벌 D램 3사 모두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ITC 조사는 기존 민사소송과 성격이 다르다. 민사소송이 손해배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ITC 제소는 미국 시장 유통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다. ITC가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면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2013년 이후 거부권 행사 사례는 드물다. 삼성전자로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과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에 HBM4 공급을 앞둔 시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