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소니·하이센스·TCL 등 대상 전격 제소… "거실 내 일거수일투족 무단 캡처"
중국계 브랜드 향한 안보 우려 증폭, "국가보안법 따라 시청 데이터 공산당 유입 위험"
중국계 브랜드 향한 안보 우려 증폭, "국가보안법 따라 시청 데이터 공산당 유입 위험"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소송은 단순한 광고 타기팅 논란을 넘어, 개인의 내밀한 정보가 적대적 국가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국가 안보' 차원의 경고장으로 해석된다고 최근 미국 코드 커팅 뉴스가 보도했다.
◇ "0.5초마다 찍는다"… 보이지 않는 침입자 'ACR'
이번 소송의 핵심 뇌관은 자동 콘텐츠 인식(ACR, Automated Content Recognition) 기술이다. 텍사스주 켄 팩스턴 법무장관은 이 기술을 "초대받지 않은 보이지 않는 디지털 침입자"로 규정했다.
문제가 된 스마트 TV들은 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최대 500밀리초(0.5초)마다 캡처한다. 초당 2회씩 거실에서 벌어지는 시청 행태를 고스란히 사진으로 찍어 제조사 서버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셋톱박스, DVD 플레이어는 물론 게임 콘솔이나 노트북을 HDMI 포트로 연결해 사용하는 모든 내용이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사용자가 TV 기본 앱이 아닌 외부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ACR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다.
화면 캡처 과정에서 아이디, 비밀번호, 금융 정보 등 화면에 잠시 노출되는 민감한 데이터가 함께 수집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
◇ 중국계 기업 정조준… "시청 데이터가 첩보 수단으로"
소송 대상 중 하이센스(Hisense)와 TCL 등 중국 기반 기업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한 잣대가 적용되었다. 이들은 중국의 '국가보안법'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조사에 따르면 일부 중국산 TV 제품은 네트워크 포트가 열려 있거나 별도 인증 없이 외부 설정 변경이 가능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바 있다.
텍사스 당국은 수집된 시청 데이터가 중국 공산당의 요청에 따라 언제든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 광고를 넘어 주요 인사나 기반 시설 종사자를 겨냥한 정보 수집 및 첩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요식행위'로 전락한 소비자 동의권
제조사들은 초기 설정 시 복잡하고 긴 법률 용어 속에 ACR 관련 내용을 숨겨두는 수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ACR 기능을 활성화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하면서도, 이를 비활성화하려면 복잡한 메뉴 속 수십 번의 클릭을 거치도록 설계했다. 이는 텍사스 기만적 무역 관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
소송은 제조사들이 TV 작동에 필수적이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여 광고주에게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 글로벌 가전 업계 '데이터 잔혹사' 끝날까
지난 2017년 비지오(Vizio)가 유사한 혐의로 220만 달러의 합의금을 낸 이후에도 스마트 TV 업계는 '데이터 판매'를 핵심 수익 모델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메이저 업체들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가전 업계 전체의 데이터 수집 관행을 뿌리째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구의 약 4분의 3이 ACR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TV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향후 스마트 가전 기기의 '사생활 보호 마지노선'을 결정짓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현재 각 제조사들은 이번에 진행 중인 법적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