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東北 해안 강타…日 보조금 활용한 첨단 칩 생산 계획에 불확실성 증대
대만 지정학 위험 피했지만, 일본 자연재해 위협 직면…글로벌 공급망 취약성 부각
대만 지정학 위험 피했지만, 일본 자연재해 위협 직면…글로벌 공급망 취약성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일본 내 TSMC 확장 전략의 아이러니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대만 외 지역으로의 다각화를 추진해왔으며, 일본은 그 핵심 축이었다. 일본 정부의 80억 달러(약 11조 원) 이상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바탕으로 규슈 구마모토현에 JASM을 설립하고, 올해 초 1공장을 가동하며 자동차 및 가전용 칩(12nm/28nm)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 TSMC는 구마모토 2공장 건설에 착수하며 야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2공장은 당초 6~7나노 공정이 예정되었으나,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4나노 첨단 칩 생산으로의 업그레이드가 논의되면서 건설이 일시 중단된 상태이다. 이는 일본을 최첨단 반도체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하여 소니, 토요타 등 주요 고객사의 대만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일본의 전략적 매력에 대한 아이러니를 부각시켰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안정된 동맹국이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지만, '불의 고리'에 위치한 특성상 끊임없이 자연재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지진은 르네사스(Renesas) 공장의 생산을 중단시켜 전 세계 자동차 공급망에 충격을 주었던 전례가 있다. TSMC는 첨단 내진 설계를 적용했지만, 어떤 공학 기술도 '메가 지진'의 위협을 완전히 상쇄할 수는 없다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진 충격파: 공급망과 투자 환경
일본에게 반도체 부활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 문제이다. 일본 정부는 수조 엔의 예산을 투입해 TSMC 외에도 인텔, 삼성 등 파운드리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12월 10일 발생한 지진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시기 적절한 스트레스 테스트 역할을 했다.
지진 발생 후 TSMC는 당장 운영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고 보고했지만, 사내에서 지진 프로토콜에 대한 내부 검토가 이루어졌다. 업계 분석가들은 AI 칩 수요는 견고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지진이 반복될 경우 보험 비용 증가와 공장 확장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TSMC가 대만 본토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려 해외 거점(일본, 애리조나, 독일)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자연재해 리스크가 곱셈처럼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에는 건물 붕괴를 막는 면진(Base Isolation) 시스템과 웨이퍼 팹을 보호하기 위한 자동 셧다운 시스템이 통합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부상자가 33명 발생하는 등 인적 요소의 위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공장 엔지니어들이 지진 위험 지역에서의 근무를 기피하게 되면 인력 충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부흥은 혁신과 더불어 예측 불가능한 자연력에 대한 방재 역량의 균형에 달려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