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원전 대확장 로드맵 가동…美와 ‘원자력 동맹’ 강화
“세계 최고 건설 비용 잡겠다” 규제 개혁 착수…SMR 첫 공급자 롤스로이스 낙점
“세계 최고 건설 비용 잡겠다” 규제 개혁 착수…SMR 첫 공급자 롤스로이스 낙점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13일(현지시각) 영국 정부가 롤스로이스를 첫 국산 SMR 공급자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은 상업용 원전의 발상지라는 명성에도 그동안 투자 부족으로 프랑스 등 이웃 국가에 뒤처져 있던 원전 생태계를 이번 로드맵을 통해 완벽히 부활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형원전과 SMR의 동시 출격…“지난 반세기 합친 것보다 큰 규모”
영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 대형원전 프로젝트의 속도전과 차세대 SMR 기술 도입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현재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주도하는 힝클리 포인트 C와 시즈웰 C 원전 건설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영국 정부는 롤스로이스를 영국 최초의 SMR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런던에서 열린 ‘니클리어 2025(Nuclear 2025)’ 컨퍼런스에서 “이번 원전 확대 계획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밀리밴드 장관은 “힝클리 포인트 C와 시즈웰 C, 그리고 SMR 프로그램을 모두 합치면 지난 50년 동안 영국 전력망에 추가된 원전 용량보다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고려할 때 원자력 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민간 자금이 투입되는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체계도 곧 발표한다. 국영 원자력 기업인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뉴클리어(GBE-N)’가 제안서 평가를 전담한다. GBE-N은 기존 8개 원전 부지 외에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SMR과 차세대 모듈형 원자로(AMR)의 보급을 늘릴 방침이다.
“세계 최고 건설 비용 잡겠다”…규제 덩어리 대수술
영국 원전 부활의 최대 걸림돌은 살인적인 건설 비용과 복잡한 행정 절차였다. 영국 원자력규제태스크포스(TF)는 최근 보고서에서 영국의 원전 시스템을 ‘총체적 실패’라고 규정했다. 파편화된 규제와 결함 있는 법률, 약한 인센티브 구조가 영국을 ‘세계에서 원전 짓기 가장 비싼 나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TF는 “관료주의적인 규제만 뜯어고쳐도 수백억 파운드(수십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3개월 안에 규제 간소화를 포함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사이먼 보웬 GBE-N 의장은 “대형 원전 용량 확충은 에너지 믹스의 핵심”이라며 “오는 2026년 가을까지 추가 대형원전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웬 의장은 이어 “힝클리나 시즈웰 같은 검증된 기술도 중요하지만, 납세자를 위해 더 나은 비용 효율성을 가진 대안이 있는지 시장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BE-N의 평가는 내년 발표될 ‘전략적 공간 에너지 계획’과 맞물려 2030년 이후 영국의 장기 원전 건설 프로그램의 밑그림이 될 것이다.
美·英 ‘원전 동맹’으로 기술 패권 조준
현재 영국의 원전 설비 용량은 약 6.5기가와트(GW)로 전체 전력 생산의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웃 나라 프랑스가 전력의 65%를 원전에 의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2050년까지 25%로 끌어올려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셈법이다.
이를 위해 대외 협력도 강화했다. 영국은 지난 9월 미국과 첨단 원자로, 핵연료,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두 나라가 핵분열과 핵융합 혁신의 최전선에 머물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합의로 양국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다수의 상업 계약이 체결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약속은 원자력의 황금시대로 가는 이정표”라며 “장기적으로는 가계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단기적으로는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프라이스는 영국이 수년간의 투자 가뭄을 끝내고 글로벌 원전 강국으로 복귀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유리한 정책과 간소화된 규제, 공적 자금 지원이 어우러지면서 민간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원전 산업에 미칠 파급 전망
영국의 원전 확대와 규제 완화 움직임은 ‘팀 코리아’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영국이 롤스로이스를 SMR 파트너로 선정했지만, 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형원전의 추가 건설이 필수적이다. 현재 영국 내 신규 원전 건설 역량을 갖춘 곳은 사실상 프랑스 EDF뿐이나, 공기 지연과 비용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이는 ‘예산 내 적기 시공(On Time On Budget)’ 능력을 입증한 한국 기업(한전, 한수원 등)에 틈새시장을 열어준다. 특히 GBE-N이 2026년 가을까지 새로운 대형원전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영국이 미국과 원전 동맹을 맺으며 서방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는 만큼, 한국이 시공 능력과 기자재 공급망을 앞세워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면 제2의 바라카 원전 수출과 같은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