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당국, GE히타치 SMR '최단기 심사' 통과… "안전 결함 없다"
美 X-에너지, '녹지 않는 연료' 공장 착공… 아마존 전력망 합류
두산에너빌리티·DL이앤씨, 글로벌 공급망 핵심 파트너 부상
美 X-에너지, '녹지 않는 연료' 공장 착공… 아마존 전력망 합류
두산에너빌리티·DL이앤씨, 글로벌 공급망 핵심 파트너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13일(현지시각)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SMR 개발 현장은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인허가 획득과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英 규제 당국 "GE히타치 SMR, 안전 걸림돌 없다"
미국 GE버노바와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합작사 'GE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가 개발한 SMR 'BWRX-300'이 영국 원자력 당국의 일반설계평가(GDA) 2단계를 기록적인 속도로 통과했다.
영국 원자력규제국(ONR)과 환경청, 웨일스 천연자원부는 지난 12일 공동 성명을 내고 "BWRX-300 설계에 대한 2단계 평가 결과, 영국 내 배포를 막을 만한 근본적인 안전·보안·환경 보호 결함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평가를 시작한 지 약 2년 만의 성과로, 영국 원전 규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롭 엑슬리 ONR 책임자는 "현대화한 GDA 절차의 유연성을 활용한 첫 사례이자 역대 가장 빠른 평가 완료"라며 "제출 서류의 품질이 높았고, 이미 심사를 진행 중인 미국·캐나다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BWRX-300은 기존 대형 원전 기술인 비등경수로(BWR)를 300메가와트(MW)급으로 축소·개량한 모델이다. 업계는 이번 영국 당국의 판정이 현재 건설 중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 프로젝트와 폴란드 등 동유럽 진출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美, 아마존 데이터센터 밝힐 '꿈의 연료' 생산 돌입
미국에서는 SMR 가동에 필수인 연료 공급망 독립이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SMR 개발사 X-에너지(X-energy)는 최근 워싱턴주 리치랜드 인근 대규모 SMR 단지 건설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상업용 연료 제조 시설 'TX-1'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고온가스로(HTGR) 등 4세대 원전에 쓰는 'TRISO(삼중피복입자연료)'를 생산한다.
TRISO 연료는 우라늄 입자를 세라믹 등으로 겹겹이 감싸 섭씨 1800도 고열에도 녹지 않도록 설계했다. 별도의 거대 격납 건물이 없어도 연료 그 자체가 방호벽 역할을 하므로 도심이나 공단 인근에 SMR을 짓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조엘 듀링 TRISO-X 사장은 "TX-1 착공은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를 수십 년이 아닌 몇 년 안으로 앞당기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지원한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고자 X-에너지의 초기 320MW급(최대 960MW 확장)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전력을 우선 구매할 권리를 챙겼다.
튀르키예 "송전 손실 제로… 공장 옆에 짓는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가 강해지자 튀르키예는 SMR을 '산업 경쟁력 방어' 수단으로 낙점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20기가와트(GW)로 늘린다는 로드맵에 따라 철강·시멘트·비료 등 에너지 다소비 공장 인근에 400MW급 이하 SMR을 직접 설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밋 헤르구너 법률 전문가는 국제에너지경제학회(IAEE) 회의에서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른 변동성 탓에 산업용 전력으로 쓰기에 한계가 있다"며 "산업 현장에 SMR을 직접 설치하면 송전 손실을 없애고 EU 탄소 규제도 피할 수 있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中·러 독주 막을 韓·美·日 '속도전'
현재 상업 가동 중인 SMR은 중국 '스다오완(Shidaowan)' 원전과 러시아 해상 부유식 원전뿐이다. 중국은 2021년부터 산둥성에서 고온가스로 방식 SMR을 가동하며 운영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자유 진영 국가는 속도전으로 반격에 나섰다. 한국은 독자 개발한 'i-SMR' 표준설계 인가를 2025년까지 끝내고 2028년 첫 호기를 착공한다는 목표다. 특히 한국 기업은 뉴스케일파워(미국), X-에너지 등 글로벌 선두 주자와 지분 동맹을 맺으며 주기기 제작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를 잡았다.
기대감이 '수주'로… 韓 원전 생태계 낙수효과 본격화 기대
미국과 영국에서 SMR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한국 기업의 '일감'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신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에 미국에서 연료 공장을 착공한 X-에너지와 뉴스케일파워 등에 지분을 투자하고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다. 아마존이 X-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다는 것은 곧 실제 원자로 제작 발주가 나온다는 의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을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역량을 갖춰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
DL이앤씨는 X-에너지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한 핵심 파트너다. X-에너지가 배포하는 SMR의 설계와 기자재 조달, 시공(EPC)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쥐고 있어 해외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SMR을 개발 중이며, 영국 SMR 경쟁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영국 규제 당국의 빠른 심사 기조는 현대건설의 영국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SMR 시장이 그동안 '투자' 단계였다면, 이제는 실제 원자로를 만들고 짓는 '실적' 단계로 진입했다"며 "K-원전 생태계에 낙수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