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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이 AI 전력난 해법인가? 구글·아마존·MS, 2024년 SMR에 수조원 투자

빅테크,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사활…中·러 이미 상용화, 加 2030년·한국은 2035년 목표
두산에너빌리티, 누스케일 독점 공급권 확보…2029년까지 62기 수주 목표
인공지능(AI) 시대가 촉발한 전력 대란이 글로벌 에너지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해법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을 주목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만 수조원이 SMR 투자로 쏟아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시대가 촉발한 전력 대란이 글로벌 에너지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해법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을 주목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만 수조원이 SMR 투자로 쏟아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시대가 촉발한 전력 대란이 글로벌 에너지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해법으로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소형모듈원전(SMR)이다. 2024년 하반기에만 수조 원이 SMR 투자로 쏟아졌다.
한국도 i-SMR 개발과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이 새로운 시장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지만, 중국·러시아의 선제적 상용화 행보와 경제성 입증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가 '전기 괴물'로…2030년 일본 전체 소비량 수준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전력 수요는 30,000TWh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4.3% 급증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 증가율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급증세의 핵심 동인은 AI 데이터센터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현재 415~460TWh에서 2030945TWh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특히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현재 183TWh(전체의 4%)에서 2030426TWh(11.7%)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맥킨지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현재 25GW에서 203080GW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NERC(북미전력신뢰도협의회)는 북미 절반 이상 지역이 향후 10년간 에너지 부족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전력 대란 속에서 SMR이 해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로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어렵고, 대형 원전은 건설에 5~10년이 소요되며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반면 SMR2~3년 내 건설이 가능하고, 모듈 추가로 점진적 용량 확대가 가능하며, 피동안전시스템으로 후쿠시마급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마존 7380·구글 500MW…빅테크의 SMR 쇼핑


2024년 하반기는 SMR 역사에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10월 한 달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대규모 원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X-에너지에 5억 달러(7380억 원)를 투자하고, 2039년까지 미국 내 5GW 이상 SMR 배치를 목표로 선언했다. 워싱턴주 에너지 노스웨스트와 협력해 320MW 규모의 Xe-100 고온가스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버지니아주에서는 도미니언 에너지와 300MW SMR 건설 MOU를 체결했다.
구글은 카이로스 파워와 세계 최초의 기업 SMR 복수 발전소 계약을 체결했다. 500MW 규모로, 2030년 첫 번째 50MW 원자로 가동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6~7SMR을 순차 배치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79년 사고로 유명한 쓰리 마일 아일랜드 원전 1호기(835MW)2028년 재가동하기 위해 칸스털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칸스털레이션 에너지는 재가동에 16억 달러(236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메타(페이스북)2024121~4GW 규모의 신규 원자력 발전 제안요청서(RFP)를 발표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빅테크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AI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안정적 무탄소 전력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SMR에 베팅하고 있다.

美 승인은 1등인데…첫 프로젝트는 '비용 폭탄'에 좌초


미국은 SMR 인허가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누스케일 파워는 20231월 미국 역사상 7번째, SMR로는 최초로 NRC(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첫 상용 프로젝트인 유타주 CFPP202311월 취소됐다. 건설비용이 53억 달러(78300억 원)에서 93억 달러(137400억 원)75% 급증하고, 전력단가가 당초 55달러/MWh에서 89달러/MWh로 치솟으면서지역 유틸리티들의 구독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진전된 프로젝트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의 나트리움이다.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에서 345MW 소듐냉각고속로를 건설 중이며, 20246월 착공식을 가졌다. 2030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며, 총 프로젝트 비용 약 40억 달러 (59100억 원)중 절반인 20억 달러(29500억 원)를 연방정부가 지원한다.

카이로스 파워도 테네시주 오크 리지 에서 에르메스 시험로를 건설 중이다. 20231250년 만에 처음으로 비경수로 원자로 건설허가를 NRC로부터 취득했으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러는 이미 '가동 중'…상용화 선점 경쟁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SMR 상용 운전을 달성했다. 중국은 202312월 산둥성 스다오완에서 HTR-PM 고온가스로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제4세대 원전이자 상용 고온가스로다. 210MW 출력의 이 원전은 20248월 세계 최초로 외부 전원 차단 상태에서 자연냉각만으로 안전을 유지하는 고유안전성을 입증했다.

중국의 ACP100(링롱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하이난성에서 건설 중인 이 125MW 경수로형 SMR202410월 원자로 냉각재 시스템에 고압을 가하여 냉각재가 외부로 누설되는지, 그리고 각 구성 요소와 배관의 건전성 및 기능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냉태기능시험을 완료했으며,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완공되면 세계 최초의 육상 상용 SMR이 된다.

러시아는 세계 유일의 부유식 원전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70MW)2020년부터 북극 페벡에서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9kWh 이상을 발전했으며, 2024년에는 우즈베키스탄과 330MW 규모의 세계 최초 SMR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로스톰은 현재 대형 원전 수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HALEU(고농축 저농축 우라늄) 연료 공급에서는 사실상 세계 독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2030년 목표…G7 SMR 경주


서방 세계에서는 캐나다가 SMR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다. 온타리오전력공사(OPG)는 달링턴 원전 부지에 GE 히타치 BWRX-300 4(1,200MW)를 건설할 계획이다. 20254월 건설허가를 취득했으며, OPG 1호기는 2029년 말~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총 사업비는 209억 캐나다 달러(22조 원)이며, 이것이 완공되면 G7 최초의 상업용 SMR이 된다.

영국은 20246월 롤스로이스 SMRGBN(Great British Nuclear) SMR 경쟁의 최종 승자로 선정했다. 웨일스 와일파 부지에서 NucNet 470MWSMR 건설을 시작해 2030년대 중반 가동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25억 파운드(49300억 원) 이상 지원을 약속했으며, 체코 ČEZ20% 지분을 인수하는 등 국제적 관심도 높다.

EU20242월 유럽 SMR 산업동맹을 출범시켰다. 2030년대 초 유럽 내 첫 SMR 배치를 목표로 9개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했으며, 유럽 원자력 공동체(유라톰) 프로그램을 통해 4500만 유로(780억 원) 이상을 SMR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 두산 '파운드리' 전략…2029년까지 62기 목표


한국은 2012년 세계 최초로 SMR 표준설계인가(SDA)를 획득한 SMART 원전을 보유한 기술 선도국이다. 현재는 170MWi-SMR(혁신형 SM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SMR은 무붕산 운전, 일체형 원자로, 피동형 안전계통 등 혁신 기술을 적용했으며, 2028년 표준설계인가 취득,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정부는 i-SMR 개발에 약 4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민관 합동 K-ARDP 사업에는 25000억 원이 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누스케일에 1400만 달러(1530억 원), X-에너지에 500만 달러(70억 원)를 투자했으며, 누스케일 SMR 주기기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현재 누스케일 SMR 모듈 12기를 제작 중이며, 2029년까지 62기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TVA-ENTRA1 Energy 프로젝트(6GW, 72모듈)에 참여하면 2조 원 이상 매출이 예상된다.

건설사들도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헐텍 SMR-160/300의 설계·시공 독점권을 확보하고 영국 GBN 경쟁 최종 4개사에 진출했다. DL이앤씨는 X-에너지에 2000만 달러(290억 원)를 투자해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20247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26조 원 수주에 성공하며 16년 만에 원전 수출을 재개했다. 이 성공을 발판으로 루마니아, 폴란드, 불가리아 등 유럽 시장과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중동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성·연료 공급…넘어야 할 산


하지만 SMR'꿈의 에너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경제성 입증이 급선무다. 누스케일 CFPP 프로젝트의 발전단가는 당초 55달러/MWh에서 89달러/MWh로 치솟았다. 이는 태양광+저장장치(~45달러/MWh), 풍력(~30달러/MWh)에 비해 2~3배 비싼 수준이다. 다만, 대량 생산과 학습효과가 적용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기대다.

둘째, 연료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 4세대 SMR의 상당수는 러시아가 독점 공급하는 HALEU(고농축 저농축 우라늄) 연료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2024년 러시아 우라늄 수입 금지법을 통과시키고 27억 달러(39800억 원)를 국내 농축 역량 확대에 투자하고 있지만, 대안 공급망 구축에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셋째, 국제 규제 표준화가 필요하다. 현재 각국의 원자력 규제 체계가 달라 한 국가에서 인증받은 설계를 다른 국가에서 재인증받는 데 수년이 소요된다. IAEA2022NHSI(원자력 조화 및 표준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켜 이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아직 가시적 성과는 제한적이다.

넷째,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 에너지부(DOE)2050년까지 200GW 신규 원전 배치 시 375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수십 년간 산업 성장 정체로 숙련 인력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2035600조 시장…韓, 늦었지만 강점 있다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60억 달러(88600억 원)에서 2035600조 원(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 추정)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OECD NEA2050년까지 SMR이 신규 원자력 수요의 55%(375GWe)를 충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 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국의 SMR 기술을 세계 2~3위권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40년간 원전 주기기 세계 최다 공급 실적을 자랑한다.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건설·운영으로 입증된 납기 이행력은 한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그러나 과제도 분명하다. 중국·러시아는 이미 상용 SMR을 가동 중이고, 캐나다는 2029~30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i-SMR 상용화 목표인 2035년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SMR 고유 특성을 반영한 규제 체계 마련이 2028SDA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될 것이다.

SMR은 단순한 에너지원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가 정보화 시대를 열었듯, SMRAI 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결정할 수 있다. 한국이 '반도체 파운드리 모델'SMR에 적용해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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