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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HBM4 '양산 관문' 통과…엔비디아 '루빈' 뚫는다

속도 60%↑·11Gbps 초과 달성…'1c D램+4나노 파운드리' 승부수
美 테일러 공장 전진기지 낙점…내년 2월 '고성능 버전' 공개 임박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생산 준비 승인(PRA)을 마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 공급망 진입을 눈앞에 뒀다. 삼성은 10나노급 6세대(1c) D램에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결합해 기존 제품 대비 속도를 60% 이상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생산 준비 승인(PRA)을 마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 공급망 진입을 눈앞에 뒀다. 삼성은 10나노급 6세대(1c) D램에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결합해 기존 제품 대비 속도를 60% 이상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직전 단계인 '생산 준비 승인(PRA·Production Readiness Approval)'을 최종 통과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인 '루빈(Rubin)' 공급망 진입을 사실상 확정 짓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자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과 메모리 노하우를 결합한 '초격차 기술'로 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HBM 시장의 판도를 뒤집겠다는 구상이다.

11Gbps 장벽 돌파, '루빈' 탑재 청신호


3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등 외신과 업계 소식통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최근 HBM4에 대한 내부 품질 검증의 최종 관문인 PRA를 획득했다. PRA는 제품의 수율과 성능이 대량 생산(Mass Production)에 적합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지표로, 사실상 생산 라인이 가동 대기 상태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 HBM4의 구체적인 성능 지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공한 HBM4 샘플은 핀당 전송 속도 11Gbps(초당 기가비트)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탑재를 위해 요구한 기준치를 상회하는 성능이다. 기존 5세대 제품인 HBM3E 대비 대역폭(Bandwidth)은 약 60%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4에서 기술적 승부수를 띄웠다. 10나노급 6세대(1c) D램에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로직 공정으로 제조한 '베이스 다이(Base Die)'를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세 공정인 4나노 로직 다이를 적용함으로써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성능 칩의 고질적 문제인 발열과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는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힐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美 테일러 팹' 가동…2026년 양산 총력전


삼성전자의 시계는 2026년 대량 양산(Volume Production)에 맞춰져 있다. 지난 10월 30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 측은 "HBM4 샘플이 이미 주요 고객사에 전달됐으며 2026년 양산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샘플을 자사의 차세대 '루빈'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Qual Test)를 진행 중이며, 내부 평가 결과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 거점 전략도 구체화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을 HBM4 생산의 핵심 전진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테일러 팹(Fab)은 2026년부터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안정화와 함께 HBM4용 베이스 다이 생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미국 현지 빅테크 고객사들의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성능을 40%가량 더 끌어올린 'HBM4 고성능 버전'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6년 2월 해당 제품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추격을 넘어 기술 리더십을 탈환하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TSMC·마이크론 '견제구'…시장 쟁탈전 격화


글로벌 HBM 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마이크론(Micron)의 마크 머피 CFO는 최근 투자자 행사에서 "2026년 생산될 HBM3E와 HBM4 물량 예약이 이미 완료됐다"고 밝히며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입증했다.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조차 물량이 동날 정도의 호황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HBM4 양산 합류는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엔비디아에게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1위 TSMC의 움직임도 변수다. TSMC는 최근 HBM4 세대부터 베이스 다이 생산 주도권을 파운드리 업체가 가져갈 것임을 공식화하며 메모리 제조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기존에는 메모리 업체가 베이스 다이까지 자체 생산했으나, 앞으로는 미세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와의 협업이 필수가 된다는 의미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 삼성전자는 이 지점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는다.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해야 하는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과 달리, 설계부터 메모리 생산, 로직 다이 제조, 패키징까지 일원화된 '턴키(Turn-key)'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PRA 통과는 삼성전자가 'HBM 1등' 탈환을 위해 준비해 온 시나리오의 첫 단추가 끼워졌음을 의미한다. 엔비디아의 최종 승인 도장만이 남은 현재, 2026년 HBM4 시장의 패권이 어디로 향할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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