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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SK하이닉스, '수익성 우선' D램 공조 체제 구축…공급 억제로 슈퍼사이클 연장

서버부터 모바일·PC까지 구조적 공급 부족 심화…"장기 호황 2028년 이후까지 지속"
삼성, HBM3E 대신 수익성 높은 범용 D램으로 선회…영업이익 1위 탈환 승부수
글로벌 D램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거의 점유율 경쟁을 멈추고 '수익성 우선' 전략으로 선회했다. 양사는 무리한 공급 확대를 지양하고 가격 결정권을 강화해, 2028년 이후까지 메모리 반도체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D램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거의 점유율 경쟁을 멈추고 '수익성 우선' 전략으로 선회했다. 양사는 무리한 공급 확대를 지양하고 가격 결정권을 강화해, 2028년 이후까지 메모리 반도체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글로벌 D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거의 공격적인 점유율 경쟁을 멈추고 '철저한 수익성 중심(profitability-first)'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진행한 잇따른 투자자 설명회(IR)에서 무리한 공급 확대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서버 시장을 넘어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D램 공급 부족(Shortage) 현상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가격 결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사의 이러한 보수적인 생산 전략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2028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의 공급 부족 사태가 2027년 상반기 이전에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설비투자(CAPEX) 계획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며 공급 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공급자 우위' 굳히기…장기 계약 거부하고 가격 유연성 확보


모건스탠리 IR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투자자들에게 급격한 생산 능력 확대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둔 보수적인 공급 전략을 설명했다. 수요와 가격 흐름에 맞춰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조절함으로써 공급 과잉의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기조는 이미 시장에서 체감되고 있다. 업계와 소셜미디어(X)의 정보통(Jukan05)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전체 D램 주문량의 약 70% 정도만 소화할 수 있는 상태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모바일 D램 등에 대한 다년(multi-year) 공급 계약을 요청하고 있으나, 삼성 측은 이를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장기 계약을 기피하는 배경에는 가격 상승기에 특정 고객에게 물량을 묶어두지 않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장기 계약에 얽매이지 않아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더 높은 제품군으로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배정하고, 가격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리한 장비 반입을 자제하고 절제된 투자를 통해 가격 방어력을 유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광범위한 IR 메시지와 궤를 같이한다.

SK하이닉스 역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IR 행사에서 유사한 전략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수년 동안 D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장기 대량 공급 계약보다는 단기 계약 위주의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계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 실적을 극대화하면서도 고객사가 겪을 급격한 비용 충격을 조절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의 이러한 공조에 가까운 전략 수정으로 인해 향후 메모리 시장은 제한적인 공급 증가, 단기 계약 중심의 거래 관행, 견고한 가격 흐름이 고착화될 전망이다.

HBM3E보다 범용 D램이 돈 된다…삼성의 포트폴리오 재편


삼성전자는 단순한 공급 조절을 넘어, 제품 포트폴리오 자체를 고수익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수술하고 있다.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10나노급 4세대(1a) D램 기반의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을 줄이고, 해당 캐파(생산능력)를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범용 D램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1a D램 생산 능력의 30~40%를 10나노급 5세대(1b) D램으로 전환하고, 구형인 1z 라인에서도 추가적인 공정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이 계획이 확정될 경우 약 월 8만 장 규모의 웨이퍼가 1b 공정으로 추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보는 철저한 '마진율(이익률)' 계산에 따른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이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12단 HBM3E의 이익률은 약 30% 수준으로 추산되는 반면, 삼성의 1b 공정에서 생산되는 DDR5, LPDDR5X, GDDR7 등 최신 범용 D램의 이익률은 60%를 상회한다. 내년 HBM3E의 평균판매단가(ASP)가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미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대비 HBM3E 가격을 약 30% 낮게 책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마진이 낮은 HBM3E 생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향 HBM3E 공급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제품인 HBM4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 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삼성이 HBM3E 생산을 줄일 경우, 이를 공급받던 AMD, 브로드컴, 구글 등의 공급망은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HBM4 설계 변경 문제에 직면한 마이크론이 삼성의 감산 틈새를 노리고 HBM3E 수주를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 "1c 공정 50% 전환"…기술 격차로 승부

SK하이닉스는 기술 고도화에 더욱 집중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 생산 능력의 약 절반을 10나노급 6세대(1c) D램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 매출의 약 30%를 설비투자에 투입해 1c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선단 공정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측은 이러한 공격적인 공정 전환에도 불구하고 고객 수요를 100%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향후 수년 난제로 남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4 투자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월 2만 장 수준인 1c D램 생산 능력을 신규 증설(8만 장)과 구형 라인 전환을 통해 월 15만 장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검토 중이지만,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택과 화성 캠퍼스의 낸드플래시 라인 일부를 범용 D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D램의 상승세가 낸드보다 길게 갈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낸드 라인을 희생해서라도 D램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의 전략 변화 밑단에는 뚜렷한 실적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은 15조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SK하이닉스는 23조 4670억 원을 달성하며 삼성을 압도했다. 올해 전망치 역시 삼성전자 23조 6000억 원, SK하이닉스 43조 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당시 삼성이 SK하이닉스(7조 7303억 원 적자)의 두 배에 달하는 14조 8795억 원의 적자를 냈던 충격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기필코 '메모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절박함이 고마진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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