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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비상 걸린 IEA…전략비축유 12억 배럴 방출 '초읽기’

전쟁 장기화 조짐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붕괴 우려…IEA 32개국 '비상대책' 논의
유가 10% 상승 시 국내 물가 0.1~0.2%p 압박…에너지 안보 '핵우산' 가동 준비
전문가 "방출 시점 실기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불가피"…시장 안정화 총력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격화로 글로벌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처하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12억 배럴에 달하는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푸는 비상 대응 시나리오 검토에 전격 착수했다.
알자지라와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이날 32개 회원국과 긴급 특별회의를 소집하고 에너지 안보 위기에 따른 전략적 비축유 방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의 취지에 대해 "현재의 공급 안보 상태와 시장 여건을 정밀하게 진단하여, 향후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할지 결정하기 위한 분석 단계"라고 설명했다.

공급 절벽 현실화된 '에너지 동맥'…12억 배럴 방출 시나리오 가동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폐쇄다. 전쟁 여파로 이 핵심 수로의 선박 통행이 차단되면서 시장은 전례 없는 공급 절벽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비롤 사무총장은 회의 전 브리핑에서 "최근 며칠간 석유 시장의 여건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운송 차질을 넘어 이란의 보복 타격을 입은 지역의 생산 시설이 멈춰 서면서 상당한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IEA 회원국들이 보유한 총 12억 배럴 규모의 공공 비상 비축유가 시장 안정화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탈리아의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회원국들은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분을 상쇄하기 위해 비축유를 동원하는 등 강력한 연대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자원 공유를 넘어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붕괴를 막겠다는 집단적 방어 의지로 해석된다.

12억 배럴의 경제적 핵우산…국내 물가 '0.1%p' 방어선 구축


IEA가 보유한 12억 배럴의 비축유는 시장의 패닉을 막는 '경제적 핵우산' 역할을 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약 6억 배럴로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2억 6000만 배럴)과 한국(9600만 배럴) 등 아시아 주요국도 IEA 권고 기준인 90일분을 상회하는 충분한 안전판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긴급회의에서 각국이 확인한 '연대 의지'는 미국 주도의 방출 결정 시 주요 소비국들이 동시에 밸브를 열어 시장에 확실한 하방 압력을 가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직접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주요 기관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물가(CPI)는 약 0.1%p에서 0.2%p가량 즉각적인 상승 압력을 받는다.
특히 유가 상승은 운송·물류비 인상을 거쳐 농수산물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킨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7000원)를 돌파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비축유 방출을 통한 심리적 저지선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22년 악몽' 우려하는 유럽…G7 중심의 정교한 개입 전략


유럽 주요국과 주요 7개국(G7)은 이번 사태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겪었던 살인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 사태의 연장선으로 보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시 유럽은 가스 및 유가 폭등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단 요르겐센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현재 시점에서 비축유를 방출했을 때의 긍정적 효과와 잠재적 부작용을 면밀히 따지는 심층 분석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롤랑 레스퀴르 재무장관 역시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조처도 마다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IEA에 구체적인 방출 시나리오 작성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은 별도의 협의를 통해 "모든 시장 개입은 명확한 목표 아래 한시적이고 정교하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장기화되는 불확실성…글로벌 경기 침체의 '트리거' 되나


문제는 이번 분쟁의 종식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알자지라의 오사마 빈 자바이드 분석가는 "에너지 가격 폭등이 지속될 경우 이는 단순히 주유소 가격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하고, 결국 세계 경제의 침체를 유도하는 트리거(도화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 유가 지표는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위태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비축유 방출은 단기 처방일 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 없이는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IEA의 이번 회의는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기 전, 글로벌 공조를 통해 최후의 안전판을 구축하려는 절박한 시도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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