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체결국 제품 최대 50% 관세 강행…韓·中 "소비자만 봉 됐다"
현지 업계 "국산 자재 없는데 세금만 때리나"…공급망 붕괴 경고
현지 업계 "국산 자재 없는데 세금만 때리나"…공급망 붕괴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멕시코 셰인바움 정부가 밀어붙이는 고율 관세 정책이 시작부터 거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최대 50%의 관세 장벽을 세우려 하자, 한국의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자충수"라며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심지어 멕시코 현지 제조사들조차 "대체 불가능한 원자재 수입길까지 막혔다"며 정부의 설익은 정책 설계를 성토하고 나섰다.
삼성의 직격탄 "예측 불가능하면 생산도 없다"
멕시코 현지 언론 엘 솔 데 메히코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각) 멕시코 하원 경제통상경쟁력위원회가 주최한 17개 전략 산업 분야 간담회장은 정부의 '관세 폭주'를 성토하는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논란의 핵심은 멕시코와 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수입품 1463개 품목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일반 수출입세법' 개정안이다. 타깃은 명확하다. 아시아의 거대 제조국, 중국과 한국이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멕시코 법인의 미겔 피노두에냐스(Miguel Pinodueñas) 상무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삼성과 같은 기업이 투자를 집행하고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위한 최우선 전제 조건은 '경제적 확실성'"이라고 못 박았다. 규제 환경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경고다. 이는 멕시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변경이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 멕시코'를 부추길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기업들의 반발 수위는 한층 더 높았다. 샤오미 멕시코의 마리아 페르난다 루이스 대표는 이번 조치를 '서민 경제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루이스 대표는 "최대 35%에 달하는 관세는 멕시코 가정에서 저렴하고 효율적인 제품을 쓸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덤핑 같은 불공정 행위를 정밀 타격하는 대신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매기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당한 세금 부담만 지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하이센스 멕시코 측 역시 "우리는 멕시코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중산층과 서민층에 합리적 가격을 제공해왔다"며 정부 조치가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70조 수입 차질"…中 보복 가능성 경고
단순한 기업 민원을 넘어, 국가 간 무역 분쟁으로 확전될 조짐도 감지된다. 멕시코-중국 상공회의소의 세르히오 우에르타 파토니는 "이번 관세안이 강행될 경우 약 502억 달러(약 73조 원) 규모의 수입품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품목별 정밀 검토 없는 일괄적 관세 인상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특히 '상호주의 원칙'을 언급하며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파토니는 "멕시코가 관세 장벽을 높이면 중국 당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멕시코의 보호무역주의가 자칫 G2(미·중) 갈등 못지않은 '멕·중 무역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쓸 자재도 없는데"…현지 업계의 모순
독일 지멘스(Siemens) 관계자는 "생산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도금 강판이 이번 관세 대상에 포함됐는데, 멕시코 국내에는 이를 공급할 업체가 아예 없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포장재 기업 테트라팩(Tetra Pak) 역시 "종이팩 포장의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관세 코드 76071101)에 관세를 물리면, 수입 완제품보다 멕시코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국산화가 요원한 상태에서 관세부터 올리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베트남산 중국 제품'은?…구멍 뚫린 관세망
관세 정책의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멕시코산업회의소연합(Concamin) 측은 단순한 국가별 관세 부과가 '구멍 뚫린 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멕시코산업회의소연합 관계자는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입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베트남에는 수많은 중국 기업이 진출해 조업 중"이라며 "중국산에는 관세를 물리고, 베트남에서 생산된 중국 기업 제품에는 관세를 면제한다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산지 세탁이나 생산 기지 우회 같은 '꼼수'에 대한 정밀한 대비책 없이 관세율만 높여서는 멕시코 산업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셰인바움 정부의 설익은 '관세 드라이브'가 글로벌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현지 제조업의 원가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