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북 "경제활동 정체" 공식 확인…시장 "인하 확률 85%" 베팅
고소득층마저 지갑 닫아… 고용은 해고 대신 '채용 동결'로 선회
韓은 '양날의 검'… 한은 금리 인하 숨통 트였지만 '대미 수출' 타격 우려
고소득층마저 지갑 닫아… 고용은 해고 대신 '채용 동결'로 선회
韓은 '양날의 검'… 한은 금리 인하 숨통 트였지만 '대미 수출' 타격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이에 따라 오는 12월 9~1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불과 일주일 전 30%대에서 85%까지 치솟았다.
"사람 안 뽑고 빈자리 안 채운다"… 고용 시장의 '조용한 냉각'
연준은 이번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내 12개 관할 지역 상당수에서 고용이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보고서에서 고용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 대신 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자연 감소'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신규 채용은 더 쉬워졌고 임시직 수요는 줄어드는 등 노동 수요 둔화 징후가 뚜렷하다. 임금 상승세 역시 '완만'한 수준에 그쳤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초임이 동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 냉각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량 해고 사태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마감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6000건으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5일 마감 기준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6만 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티븐 스탠리 산탄데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고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지만, 실제 데이터상으로 해고가 가속화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분석했다.
닫히는 지갑... 고소득층마저 '신중 모드'
견고했던 미국 소비 심리에도 균열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소매 판매와 임의 소비재 분야에서 지출이 감소하거나 둔화했다고 명시했다. 특히 정부 셧다운 여파와 전기차(EV) 세액공제 혜택 종료가 자동차 판매 등 소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소비 버팀목 역할을 했던 고소득층의 태도 변화다. 연준은 고소득층조차 "신중한 지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저소득층이 지갑을 닫을 때도 소비를 이어가던 연초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물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이 발표한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쳐,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4%를 밑돌았다. 이는 8월 증가율(0.6%)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꺾인 수치다.
'12월 금리 인하' 굳어지나... 연준 내부는 '신중론' 여전
베이지북이 경기 둔화 신호를 뚜렷하게 보내면서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 주 전만 해도 30% 수준에 머물렀던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보고서 공개 직후 85%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연준의 '블랙아웃(대외 메시지 금지) 기간'을 앞두고 나온 마지막 경기 진단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민감도는 더욱 높았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최근 "단기적으로 추가 조정의 여지가 있다"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베이지북이 "경제 활동의 변화가 거의 없다"라고 총평하면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명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선제적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