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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보택시 전쟁”...미국 이동 혁명, 한국 산업 미래까지 재편

미국에서 본격화된 로보택시 경쟁과 AI 기반 이동 패러다임의 전환
지난 6월 22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사우스콩그레스 애비뉴 도로에서 테슬라 로보택시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22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사우스콩그레스 애비뉴 도로에서 테슬라 로보택시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가 미국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자율주행 시장은 더 이상 실험 단계를 넘어 도시 단위 운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진입했다고 19(현지시각) 배런스가 전했다.
아마존의 Zoox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무료 탑승 프로그램을 시작해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오스틴과 마이애미까지 지역을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알파벳의 웨이모는 이미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완전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며 매주 25만 건이 넘는 실제 승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테슬라도 올해 서비스를 출시했고 최근 아리조나에서 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받으면서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세 기업은 각기 다른 전략과 기술을 통해 미국의 도로 위에서 새로운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로보택시는 과거의 첨단 연구나 데모 시연이 아니라 상업적 서비스로 현실화되었다. 각 기업은 자율주행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이동 비용을 대폭 절감해 현재 개인 차량 중심의 교통 체계를 서비스 기반 구조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매년 운전하는 총 주행량이 3조 마일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중 일부만 로보택시가 대체해도 수조 달러의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알파벳의 경우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 3의 성능 향상 덕분에 주가가 크게 오르며 AI 기술이 자율주행 경쟁의 핵심 동력임을 증명했다. 어느 기업이 더 빠르게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며 낮은 마일당 비용을 구현하는지가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의 승자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 격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오랜 기간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지만 로보택시는 판매 중심 모델에서 서비스 중심 모델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도시 규모에서 자율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아직 제한된 지역에서의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격차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질 경우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차이가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

한국 산업에 확산되는 자율주행의 파급력과 기술적·사업적 재편 압력


한국의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로보택시는 수많은 센서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 엣지 컴퓨팅을 필수적으로 필요로 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을 확대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더 높은 기술 경쟁력이 요구된다. 한국의 통신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자율주행 기술 도입을 위한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는 정부의 규제 혁신과 도시 계획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제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호출 플랫폼은 이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과 결합할 경우 도심형 로보택시 서비스 구현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의 도시 구조는 상대적으로 압축적이며 인프라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제가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느리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미국에서 전개되는 AI 로보택시 전쟁의 실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어떤 기술적 기반으로 경쟁하고 있는지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와 차량을 모두 자체적으로 통합 설계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며 차량 수천만 대에서 수집되는 실제 운전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웨이모는 가장 많은 완전 자율주행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로 기술 완성도와 안전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Zoox는 아예 차량 구조 자체를 로보택시 서비스용으로 설계해 승객 중심의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며 아마존 생태계와의 결합 가능성을 강점으로 가진다. 이 세 기업의 전략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AI가 주도하고 데이터가 가속하는 시장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맞이한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크다. 위기는 미국 기업들이 이미 거리 기반의 데이터 축적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데이터 부족으로 기술 개발 속도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회 또한 분명하다.

전기차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의 확산 속도는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경쟁의 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배터리 경쟁력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의 협력 구도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이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주행 데이터 확보,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차량용 AI 반도체 내재화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선택해야 할 전략적 전환의 방향

한국 정부와 기업이 선택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게 제시될 수 있다. 도시 단위의 자율주행 실증 지역을 대폭 확대해 기업이 실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완성차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구조 전환과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차량용 AI 칩과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연구개발 환경과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을 전체 서비스로 통합할 수 있는 법제도 개편도 요구된다. 국제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표준과 규제 체계를 선도하는 동시에 해외 기업과의 데이터 공유 또는 공동 실증을 통한 기술 축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AI 로보택시 경쟁은 단순히 미국의 기술 전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 교통 체계와 미래 도시 구조를 바꾸는 산업 대전환의 신호이며 한국이 어느 위치에서 경쟁을 이어갈지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지금 전개되는 변화는 이동 산업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 제조업과 반도체 산업, 도시 정책,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글로벌 이동 기술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수 있지만 대응이 늦을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미국 도로 위에서 시작된 AI 전쟁은 결국 한국의 경제 구조와 기술 전략까지 흔들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국가 차원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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