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의사록서 '이례적 쪼개기' 확인… 매파 "물가 잡아야" vs 비둘기파 "고용이 먼저"
3%대 물가·고용 둔화 겹친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 공포… "자동차·주택 대출 금리 요동칠 것
월가 "12월 금리인하 확률 95%서 50%로 뚝"… 정책 불확실성에 시장 변동성 확대
3%대 물가·고용 둔화 겹친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 공포… "자동차·주택 대출 금리 요동칠 것
월가 "12월 금리인하 확률 95%서 50%로 뚝"… 정책 불확실성에 시장 변동성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각) 연준이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위원들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음을 드러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 압박과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장일치' 깨진 연준… 2019년 이후 첫 '더블 반대표'
이날 공개된 10월 FOMC 의사록은 연준 내부의 균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 과정에서 두 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한 명은 더 큰 폭의 인하를, 다른 한 명은 동결을 주장했다. 한 회의에서 두 명의 반대자가 나온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며, 최근 3번의 회의에서 총 5번의 반대 의견이 나온 것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이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의사록은 위원들이 "향후 정책 결정에 대해 강하게 엇갈리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명시했다. 대다수 참석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가 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상당수 위원은 다음 달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반드시 적절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내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연준 공격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금리를 더 빨리 내리지 않는다며 거듭 해임 위협을 가했고, 의사록 공개 당일인 19일에도 이러한 위협을 재차 언급했다.
물가냐 고용이냐…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 딜레마
연준의 고민은 경제 지표가 보내는 신호가 서로 모순된다는 데 있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보다는 덜 심각하지만,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Stagflation-lite)' 양상을 띠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분석한다.
물가상승률은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3% 수준에서 5년 가까이 머물고 있는 반면, 고용 성장세는 둔화하고 실업률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통상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고용을 살리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연준은 이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지역 연은 총재들을 중심으로 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진영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한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며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12개 지역 연은 총재 중 10명이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와 연계된 인사들이 주축이 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는 고용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맞선다.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17일 "노동 시장이 약하고 침체 속도에 근접해 있다"며 "12월 금리 인하는 노동 시장 위축 가속화를 막는 보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라진 10월 고용 데이터… 시장 예측 '시계제로'
설상가상으로 10월 고용 지표 확인조차 어려워졌다. 미 노동부는 10월 고용 데이터를 12월 FOMC 회의 이후에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고용 시장 약화 징후는 금리 인하의 강력한 명분이 되지만, 핵심 데이터의 부재로 비둘기파의 입지는 좁아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투자자들은 몇 주 전만 해도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95%로 확신했으나, 파월 의장의 신중한 발언과 지역 연은 총재들의 경고가 이어지며 현재는 인하 확률을 50대 50, 즉 '동전 던지기' 수준으로 낮췄다.
존 힐센라스 스톤X그룹 수석 고문은 "12월 회의가 다가올수록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기업과 가계의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12월 금리 인하를 둘러싼 연준의 분열은 '거버넌스 위기'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며 "이는 임기 말 파월 의장의 리더십을 훼손하고, 연준이 데이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사후 약방문식 대응을 하게 만들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