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급속히 성장 중인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이 선거 결과에 대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마이마 켈리 FT 칼럼니스트는 이날 낸 칼럼에서 뉴욕시 중심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사례를 소개하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문제의 전광판에는 뉴욕 시장 선거 후보인 조란 맘다니가 94%, 경쟁후보인 앤드루 쿠오모가 6%의 지지도를 얻고 있는 것처럼 수치가 표시됐고 하단에는 ‘폴리마켓(Polymarket)’이라는 플랫폼 이름이 함께 등장했다.
이 수치는 여론조사나 실제 투표 결과가 아니라 맘다니의 당선을 두고 이용자들이 돈을 걸고 거래한 결과였다고 칼럼은 지적했다. 누군가 맘다니 승리에 94센트를 걸면 실제 당선 시 1달러를 돌려받는 구조이며 낙선하면 전액 손실되는 식이다.
◇ 전광판으로 착시 유발…“여론처럼 오해할 수 있어”
최근 구글은 이들 플랫폼의 데이터를 검색 결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두 업체 모두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폴리마켓은 30억 달러(약 4조3650억 원), 칼시는 40억 달러(약 5조8200억 원) 이상의 베팅 거래가 이뤄졌다.
◇ 트럼프 일가도 예측시장 사업에 직접 관여
문제는 이 시장에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들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은 최근 자체 베팅시장 플랫폼 ‘트루스 프리딕트(Truth Predict)’를 출범시켰다. 이 플랫폼은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과 제휴해 운영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폴리마켓의 투자자이자 자문위원이자 칼시의 전략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 해외 자금, 트럼프 승리 확률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이 같은 수치가 전광판 등 대중에 노출될 경우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실제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 “선거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어”
일부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확실히 이길 것으로 보이면 투표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이긴다고 알려진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FT는 이러한 시장이 투표율, 후보 출마 의사, 선거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켈리 칼럼니스트는 “2020년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만약 당시 미국 전역에 ‘트럼프 94% vs 바이든 6%’ 같은 수치가 전광판에 뜨고 있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팅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유용한 정보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민의를 반영한 것인지, 혹은 특정 이해관계자가 의도한 수치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