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中 지방정부, 관광회사 만들어 빚 회피했다가 더 큰 빚더미

1500~3000개 급증했지만 10곳 중 4곳 적자…관광객은 늘어도 회사는 망해
20억 투자해도 회수 20년, 돈은 정부가 빼돌려…과거 금융수단 실패 그대로 반복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지방 정부들이 최근 문화 및 관광 투자 회사(CTIC)를 대거 만들었지만, 과거 실패한 지방 정부 금융 수단(LGFV)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들 회사는 원래 지방 정부가 엄격한 차입 한도를 피하면서 관광 사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자금이 정부 용도로 빼돌려지면서 과거 LGFV처럼 빚더미에 몰렸다고 1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국내 관광 시장은 호황이다.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여행객은 전년 대비 20.6% 늘어난 33억 건, 지출은 15.2% 증가한 3조2000억 위안(약 600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관광회사들은 정작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관광 붐을 타고 CTIC를 급속히 늘렸다. 국제 경제 대학의 마오지에 교수는 농촌 활성화와 도시 재생 정책에 따라 문화·관광 개발을 지원받을 수 있고, 자연과 문화 자산을 활용하면 사업을 시작하기 쉽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24년 10월 현재 지방 정부가 만든 CTIC는 1500개에서 3000개 사이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 회사 대부분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점이다. 베이징 지쿠 문화관광개발청 보고서를 보면, 지방 정부가 통제하는 주요 국영 문화·관광 기업 77곳 중 38%가 올해 상반기 순손실을 냈는데,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35%보다 늘어난 수치다.

실패 사례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후난성 장자지에 시 정부가 운영하는 장가제관광그룹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대표 프로젝트인 다용고대 도시는 20억 위안(약 37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2021년 문을 연 뒤 누적 손실이 10억 위안(약 1850억 원)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이 늘어도 회사들이 망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프로젝트가 서로 비슷해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다. 마오 교수는 많은 문화·관광 프로젝트가 차별화되지 않아 방문객을 끌어들이지 못하며, 동시에 너무 많은 곳에 자산을 분산시킨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비현실적인 수익 예측이다. 마오 교수에 따르면 프로젝트 수익을 과대 추정해 실제 수익과 기대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긴다. 게다가 초기 투자가 막대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도시 프로젝트는 초기 투자가 수십억 위안에 달하고, 투자금 회수에 약 20년이 걸린다고 전 CTIC 임원이 밝혔다.
셋째는 느슨한 자금 관리다. 감사원 감사관은 일부 기업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방문객 수를 부풀리기도 하며, 많은 수익 예측이 근거 없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작은 임대료와 제한된 정부 보조금으로만 수익을 올리는데, 이것으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모금된 돈이 원래 목적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많은 CTIC가 과거 LGFV처럼 지방 정부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자금을 빼돌린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의 원래 목적을 무너뜨리고 LGFV와 똑같은 빚 압박에 시달리게 만든다.

자금 조달 상황도 암울하다. CSCI 펑위안 신용평가의 장치 수석 연구원은 최근 CTIC들의 자금 조달 전망이 어둡다며, 많은 기업이 빚이 많고 운영이 취약하며 담보로 쓸 만한 자산이 부족해 돈을 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쿠의 왕신위 창립자는 이들 회사가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보통 60%를 넘는다고 밝혔다.

운영 능력도 문제다. 마오 교수는 많은 LGFV가 정부가 시키는 프로젝트를 하는 방식에 익숙한데, 이런 방식을 시장 중심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시장 수요에 맞춰 프로젝트를 고르고 조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문화·관광 사업은 브랜드, 서비스, 고객 경험을 중시해야 하는데 많은 국영 기업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오 교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 정부가 CTIC에 의존해 진정한 시장 중심 변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많은 돈을 묶어두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책으로 그는 민간 자본과 긴밀히 협력하고, 문화 지적재산권 라이선스나 수익 공유 같은 가벼운 모델을 채택해 초기 비용을 줄이고 투자 위험을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