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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부패 스캔들 연쇄 폭발,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반부패 조사 확대

젤렌스키 측근 1억 달러 횡령 의혹, 루마니아 국방장관도 100만 유로 뇌물 적발
우크라 에네르고아톰 계약금 15% 리베이트·러 무기 재도색 우크라 재판매 시도
NABU '미다스 작전' 15개월 수사 끝 70건 압수수색·카자흐 배후 조직 공작 드러나
젤렌스키의 전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법무부 장관이 반부패 수색의 표적이 되었다. 사진=헤르만 할루셴코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젤렌스키의 전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법무부 장관이 반부패 수색의 표적이 되었다. 사진=헤르만 할루셴코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동유럽에서 국방·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 연쇄로 드러나면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정부가 충격에 빠졌다.
루마니아저널과 우크라이나 키이우포스트는 10(현지시간) 루마니아 국방장관에게 100만 유로(1684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하려 한 정황과 우크라이나 에너지 부문에서 1억 달러(1456억 원)대 부정 수익이 발생한 사실이 동시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카자흐 배후 국가 차원 뇌물 공작


루마니아 전 환경감시청장 옥타비안 베르체아누는 지난 9일 유로파FM 인터뷰에서 이번 뇌물 사건이 개인 범죄가 아닌 국가가 주도한 조직적 공작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루마니아 밖의 조직이 러시아제 또는 러시아형 무기를 유럽으로 들여와 유럽 국가가 SAFE 기금으로 이를 구매하게 한 뒤 우크라이나 시장에 재판매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베르체아누에 따르면 이 계획의 배후에는 카자흐스탄이 있었으며, 용의자들은 러시아제 무기를 재도색해 우크라이나에 판매하려 했다. 그는 "이들은 정치인들에게 투자하면서 결국 그 국가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을 포섭하려 했다""이런 조직이 정치인에게 투자하면 그 정치인은 조직의 대변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 국가반부패국(DNA)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전 사회민주당 상원의원 마리우스 이사일러와 베르체아누의 대화가 담겨 있다. 이사일러는 "불가리아에서 1년 전 계약으로 200만 달러(29억 원)를 현금으로 받았다""가방에 담아 달라고 하면 가방에 담아준다.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재무장 프로그램으로만 300억 달러(437000억 원)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이사일러를 구속했으며 향후 30일간 구금될 예정이다. 리비우-이오누츠 모스테아누 국방장관은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관련된 모든 정보를 검찰에 보낸다""나와 동료들은 부패 세력에게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측근 수사 몇 시간 전 출국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은 지난 1015개월간의 수사 끝에 '미다스 작전'을 개시해 70건 이상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작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 사업 파트너이자 코미디 제작사 크바르탈 95의 공동 소유주인 티무르 민디치를 겨냥한 것으로 드러났다.
NABU 주요 형사 부서장 올렉산드르 아바쿠모프는 "NABU와 전문 반부패검찰청(SAPO)이 모든 형사들을 동원해 에너지 및 국방 부문에서 활동하는 고위급 범죄 조직을 적발했다""수사에는 부패, 자금세탁, 불법 이득 사건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프라우다와 RBC우크라이나 등 현지 언론은 민디치가 압수수색 몇 시간 전인 10일 새벽 29분에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최고 라다 의원 야로슬라프 젤레즈냑은 "민디치의 거주지는 물론 헤르만 할루셴코 법무장관의 자택과 우크라이나 전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기업 에네르고아톰 사무실에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할루셴코는 지난 20214월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올해 7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전에 에네르고아톰에서 법률 지원 담당 전무이사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에네르고아톰 계약금 최대 15% 리베이트


NABU는 이번 수사에서 1000시간 이상의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메자닷넷은 SAPO 국장 올렉산드르 클리멘코가 NABUSAPO 재판 전 절차에서 데이터 유출 가능성에 대한 내부 조사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NABU에 따르면 이 계획의 주최자들은 에네르고아톰 계약금액의 최대 15%를 불법 수익금으로 받았다. 녹취록에는 코드명으로 불린 용의자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전 에너지 장관이자 현 법무장관인 할루셴코의 고문 '로켓', 에네르고아톰 물리적 보호 및 보안 담당 전무이사 '테너', 유명 사업가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총 1억 달러를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네르고아톰은 성명을 통해 "수사관과 전적으로 협력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진하며 법 집행 기관이 요청한 모든 자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반부패 기관의 조사에 대해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파장 확산 우려


민디치는 젤렌스키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 크바르탈 95 스튜디오를 공동 운영한 핵심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민디치가 과두정치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와 오랫동안 연관돼 있었으며, 젤렌스키를 콜로모이스키에게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현지 언론은 민디치와 관련된 회사가 국가 자금 횡령 가능성에 대한 NABU 조사에 연루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경관리국 대변인 안드리 뎀첸코는 RBC우크라이나에 "민디치의 출국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2년 루마니아의 법치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가 기관의 부패를 뿌리 뽑지 못한 점을 비판한 바 있다. 루마니아는 그간 국가반부패국을 통해 중·고위급 정치인과 행정 관료의 부패를 수사해 왔으며, 지난 2022년부터는 고위급 부패 수사와 처벌의 실효성이 더욱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 중에도 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으나,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이번 사건으로 정치적 파장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시 상황에서 연간 2000억 흐리브냐(698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에네르고아톰의 조달과 인사 과정이 부패 세력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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