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실리콘 디코드] TSMC, 美 첨단 공정 생산 비중 확대 '기정사실'…AI 독주 속 '대만 약화' 우려

트럼프 2.0 압박 속 '미국행' 가속…2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이전 수순
AI 칩 수요 폭증에 2025년 매출 35% '사상 최고'…7나노 이하가 수익 74%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지정학적 위험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뒤흔드는 가운데, TSMC의 미국 내 첨단 공정 생산 비중 확대가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는 대만 유력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대만경제연구원(TIER)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거센 압박 때문에 TSMC의 '미국행(行)'이 빨라지고 있어, 대만 본토의 반도체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경제연구원은 최근 '2026년 경기 전망 및 산업 동향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TIER의 류페이전(劉佩真) 산업경제 데이터베이스 총감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취임한 후 반도체 산업에 빈번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TSMC는 성능, 수율, 고객 수용도 등 모든 면에서 전 세계 파운드리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미국이 대만 반도체 산업을 탐내는 첫 번째 대상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류 총감은 TSMC가 이미 대미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며 반도체 관세도 면제받았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기업 측면에서 볼 때, TSMC의 대미 총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미국 내 첨단 공정 생산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2나노 이하 최첨단 제조 공정을 미국에 확대하는 결정은 이미 정해진 순서라는 평가다.

'미국행' 가속…"대만 본토 생태계 약화" 우려


이어 류 총감은 이러한 변화가 대만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했다. 그는 "산업 측면에서는 공급망 재편 압력이 대만 본토의 완전한 반도체 생태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대만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빨라짐에 따라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에 미치는 견인 효과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려 속 AI 수요 폭증…2025년 실적 '사상 최고'


다만 류 총감은 당장의 산업 실적은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5년 대만 반도체 산업 생산액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연간 성장률도 전 세계 평균을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TSMC는 AI 칩 수요 급증에 힘입어 기록적 실적과 판매액 성장을 달성했다. 3분기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30.3% 증가한 약 331억 달러(약 47조 원)에 이르렀으며, 2025년 전체 판매액 성장률 예상치는 약 35%에 이른다.

TSMC 수익의 약 74%는 7나노 이하 고성능 공정에서 발생하며, 특히 AI 모델 훈련에 꼭 필요한 3나노와 5나노 칩이 판매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엔비디아(NVIDIA), 애플, AMD 등 AI 칩 주요 고객사를 확보한 TSMC는 AI 데이터 센터용 칩 제조에서 막대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류 총감은 TSMC가 "AI 시대에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승자"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TSMC의 AI 칩 관련 판매액 연평균 성장률(CAGR)이 2024년부터 2029년까지 45% 이상에 이르러, AI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다질 것으로 전망한다.

류 총감은 "'트럼프 2.0' 하에서의 세계 공급망 재편은 막대한 비용과 조정을 수반하는 복잡하고 긴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와 동시에 '싸우면서 대화하는' 미중 관계가 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이는 전 세계 기업들이 공급망의 효율성과 회복탄력성 사이의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지정학과 경제 역학 관계의 재편을 더 빠르게 할 것"이라며 "대만에게는 이는 도전이자 기회"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