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블랙웰' 中 수출 타진…루비오 등 참모진 '국가 안보' 반대로 무산
UAE엔 MS 통해 6만개 수출 길 열어…G42 '탈중국'·엄격한 '기술 유출 방지' 조건
UAE엔 MS 통해 6만개 수출 길 열어…G42 '탈중국'·엄격한 '기술 유출 방지' 조건
이미지 확대보기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최대 경쟁자인 중국으로의 수출길은 겹겹이 봉쇄한 반면, 중동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6만 개 넘는 최신 GB300 칩을 수출하도록 승인했다. 이는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의 일환이다. 이러한 결정은 국제 AI 패권 경쟁 속에서 동맹국을 규합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中 수출길 막은 '안보 논리'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 첨단 칩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Blackwell)' 수출 허용 요청을 논의하길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행정부 최고위 참모진이 거의 만장일치로 반대했다. 이들은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에 해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국가 안보 위협을 제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의 반대를 수용했으며, 이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중국 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려던 젠슨 황 CEO의 로비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는 트럼프-시진핑 회담 전 워싱턴 행사에서 "중국은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을 보유한 핵심 시장"이라며 "지금 우리는 곤란한 처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조언을 듣지만, 결정은 항상 미국 국민의 이익에 기반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과거 황 CEO가 CNN 인터뷰에서 "AI 경쟁에서 누가 이기든 중요하지 않다"고 한 발언을 두고 "위험할 정도로 순진하다"라며 "이는 냉전 당시 핵무기 개발 경쟁을 무시하는 발언과 같다"고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에 비유해 맹비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B200 GPU는 AI 모델 훈련 시 이전 H100 칩보다 약 3배, 추론 과정에서는 약 15배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엔비디아는 2022년 수출 통제 이후 구형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하려 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8월 백악관은 H20 칩에 대해 '중국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납부'하는 파격적인 조건부 허가안을 검토했으나, 위헌적 '수출세' 논란에 부딪혔다. 중국 정부 역시 H20 구매 금지 방침을 내리면서 4월 이후 판매가 전무한 상태다.
한편, 이번 부산 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재개를 대가로 일부 관세 인하 조치를 제안하는 등, 반도체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부분적 완화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4월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성능을 30~50% 낮춘' 버전이라면 허용을 시사했던 축소형 블랙웰 칩을 준비하며, 승인 후 2~3개월 내 양산이 가능하도록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엔 '전략적 파트너'…동맹엔 칩 허용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UAE의 아부다비 기반 AI 기업 G42와 협력해 추진 중인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구체적으로 2026년부터 2029년까지 79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55억 달러(약 7조 원)의 AI·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포함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A100, H100 등 엔비디아 구형 칩 2만1500개(A100 환산 기준)를 UAE에 축적 중이었다.
미국이 이처럼 상반된 결정을 내린 데는 UAE의 '탈(脫)중국' 행보와 엄격한 '기술 유출 방지' 안전장치가 작용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G42가 미국 법률 준수에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G42는 과거 중국 기업과의 협력 이력으로 워싱턴의 감시 대상이었으나, 이번에 '친미 기술 블록'에 합류하며 신뢰를 회복했다.
무엇보다 이번 승인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전례 없이 엄격한 안전장치를 전제로 한다. 로이터와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승인 조건에는 △칩 운영 및 데이터센터 접근에 대한 미국·UAE 공동 감시 △제3국 재판매 금지 명문화 △G42 인프라에 대한 실시간 보안 감사 △위반 시 즉각적인 라이선스 철회 조항 등이 담겼다. 스미스 사장은 G42의 향후 최첨단 칩 접근이 "이러한 조치에 달려있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개적으로 "최첨단 칩을 중국에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UAE와 같은 동맹국으로 초점을 돌릴 것임을 시사해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AI 발전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동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이중적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는 2~3% 상승했다. 한 기술 분석가는 "2027년까지 100만 개 이상의 GPU가 UAE로 수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인도 등이 다음 수출 허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승인으로 UAE는 해마다 최대 50만 개의 엔비디아 칩 수입이 가능한 구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약 20%는 G42가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80%는 MS와 연계된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될 예정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