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서 마르코스 대통령 회동…기지·정비센터·훈련 패키지 제시
이미지 확대보기빌리오나료 뉴스 채널은 지난 1일(현지시각)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화오션 경영진과 만나 잠수함 도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최첨단 소나 및 전투 체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오래 수중 작전이 가능한 KSS-III PN급 잠수함 배치 계획을 설명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잠수함은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III)을 바탕으로 만든 파생형으로, 수상 배수량 약 2800톤에서 3600톤 규모다.
이번 제안에는 잠수함 기지 건설, 현지 정비·보수·운영 센터 설립, 첨단 시뮬레이터와 체계를 활용한 필리핀 해군 운용 인력·정비 인력·지휘관 교육훈련이 담겼다. 필리핀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이전과 현지 산업계와의 협력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2조 필리핀 페소 군현대화 계획…남중국해 해양 전력 강화
마르코스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전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2월 2조 필리핀페소(약 48조 7600억 원) 규모의 군 3차 현대화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필리핀은 이 계획을 통해 필리핀군 역사상 처음으로 잠수함 전력을 갖추게 된다.
필리핀 뉴스통신(PNA)은 이번 협력이 성사될 경우 오랫동안 잠수함 확보를 추진해온 필리핀 해군에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은 군도 국가로서 광범위한 해양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잠수함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화오션은 한국, 프랑스, 스페인 등과의 3파전 구도에서 경쟁 중이다. 처음 한화오션은 1400톤급 DSME 1400PN 잠수함을 제안했으나, 이후 더 큰 배수량의 KSS-III 파생형으로 제안 모델을 바꿨다. 스페인 나반티아는 공기불요추진(AIP) 탑재 S-80급 잠수함 2척과 100% 정부 대출 보증을 제시했으며, 프랑스 나발그룹은 스코르펜급 잠수함 2척과 수빅 해군기지 확장 개발을 제안했다.
DL그룹·삼성전기도 협력 확대…원전·첨단 제조 투자 논의
DL그룹 자회사 DL이앤씨는 필리핀 최대 전력기업인 마닐라일렉트릭(메랄코)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1903년 설립된 메랄코는 39개 도시와 72개 지방자치단체에 전력을 공급하며 필리핀 전체 전력의 약 55%를 담당하는 최대 민간 전력기업이다. SMR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보다 부지 면적이 작고 건설 기간이 짧은 소형 원자로로, 안정적인 청정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필리핀 정부는 2032년까지 1200메가와트(MW), 2035년 2600메가와트, 2050년 4800메가와트의 원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라구나주 칼람바시 제조시설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들은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507억 필리핀페소(약 1조 2300억 원) 규모의 제조 확대 투자 계획을 설명했으며, 이를 통해 3000개 이상의 고급 기술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또한 필리핀 경제특구청(PEZA)과 삼성전기-필리핀 간 보충 협약 서명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협약이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경쟁력 있고 투자 친화적인 환경 조성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칼람바 공장 확대는 필리핀을 제조 및 혁신의 지역 거점으로 바꾸고 글로벌 전자제품 및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주체로 키우려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목표를 뒷받침한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한국, 필리핀 최대 방산협력국으로 부상
필리핀은 지난 10년간 약 30억 달러(약 4조 2900억 원) 규모의 한국 방산 제품을 들여오며 동남아시아 최대 방산협력국으로 떠올랐다. 필리핀은 2014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다목적 전투기 FA-50 12대를 들여왔고, 지난 6월에는 약 7억 달러(약 1조 원) 규모로 FA-50 12대를 더 사는 계약을 맺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호위함·초계함·원해경비함(OPV) 10척을 넘기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필리핀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우수한 방산 기술을 깊이 믿고 있으며 방산 협력을 더욱 넓혀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화오션은 캐나다 다음 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아 최근 진수한 3600톤급 잠수함 장영실함 내부를 둘러봤다. 캐나다는 최대 60조 원 규모의 다음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의 KSS-III와 독일 TKMS의 Type 212CD가 마지막 후보로 경쟁 중이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III 배치-II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AIP) 체계를 세계 처음으로 함께 갖춘 재래식 잠수함으로, 3주 이상 잠항이 가능하다. 수중 속도 20노트, 수상 항속거리 1만 8500킬로미터의 성능을 지녔으며, 533밀리미터 어뢰발사관 6문과 현무-4-4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을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 10개를 갖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