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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삼바노바 인수 추진…AI 시장 판도 바꿀 50억 달러 베팅

'탈(脫)엔비디아' 독자 생태계 구축 정조준
RDU 칩·삼바플로우 확보로 추론 시장 주도권 경쟁
인텔이 AI 스타트업 삼바노바 인수 추진을 통해 '탈(脫)엔비디아' 독자 생태계 구축을 정조준하고 있다. 5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이번 인수는 RDU 칩과 삼바플로우 확보로 추론 시장 주도권 경쟁에 새로운 판도를 가져올 전망이다. 사진=삼바노바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이 AI 스타트업 삼바노바 인수 추진을 통해 '탈(脫)엔비디아' 독자 생태계 구축을 정조준하고 있다. 5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이번 인수는 RDU 칩과 삼바플로우 확보로 추론 시장 주도권 경쟁에 새로운 판도를 가져올 전망이다. 사진=삼바노바

글로벌 반도체 거인 인텔이 새로운 지도부 아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삼바노바(SambaNova Systems)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수는 최소 50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 전망이다. 하지만 인텔의 AI 시장 재도약을 위한 전략적 부흥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인텔은 이를 통해 엔비디아 중심의 AI 연산 표준을 대체할 독자 기술과 엔드투엔드(End-to-End) AI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WCCF테크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AI 기업 삼바노바 인수를 위해 은행들과 접촉하며 거래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삼바노바의 기업 가치는 가장 최근 자금 조달을 받은 2021년 시리즈 D 기준 약 50억 달러로 평가되어, 인텔에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이 예상된다.

독자 기술 RDU, 엔비디아 GPU와 차별화


삼바노바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세워진 AI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다.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 블랙록(BlackRock) 같은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전문으로 하며, 특히 엔비디아가 설정한 연산 표준과 구별되는 자체 RDU(재구성형 데이터플로우 유닛) 맞춤형 칩을 사용한다.
RDU는 기존 GPU가 쓰는 병렬 연산 구조 대신, 신경망 전체를 하드웨어에 직접 데이터플로우(dataflow graph) 형태로 매핑하는 구조를 채택한다. 이로써 메모리 이동으로 발생하는 오버헤드를 막아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특히 대규모 트랜스포머 모델(예: LLM, Vision Transformer)의 추론(inference) 작업에 매우 알맞은 것으로 알려져, 인텔이 주목한 핵심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더욱이 삼바노바는 RDU를 기반으로 하는 완벽한 수직 통합형 AI 플랫폼을 이미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랙 스케일 구성인 데이터스케일 시스템즈(DataScale Systems)와 파이토치(PyTorch), 텐서플로우(TensorFlow) 등 주요 프레임워크를 지원하는 자체 컴파일러 및 런타임 소프트웨어인 삼바플로우(SambaFlow Software Stack)가 포함된다. 인텔은 이 인수를 통해 칩-시스템-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통제하는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

CEO 의지 반영된 '비(非)CUDA 진영' 구축


인텔은 최근 '크레센트 아일랜드(Crescent Island) GPU', '가우디(Gaudi) 가속기', '루나 레이크(Lunar Lake) AI 엔진' 등 추론에 특화된 제품을 집중 개발하며 AI 시장 복귀를 꾀하는 중이다. 삼바노바 인수는 이들 프로젝트를 통합하는 AI 전용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AI 통합 생태계 복귀라는 인텔의 최종 목표를 앞당긴다.

엔비디아의 쿠다(CUDA) 생태계는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이 되었지만 폐쇄적인 구조를 띠어 대체 기술 확보가 어려웠다. 삼바노바의 RDU와 삼바플로우는 비(非)CUDA 기반의 독자 기술이다. 인텔이 이를 확보하면 오픈소스 연산표준, AI 언어 모델용 전용 하드웨어 개발이 가능해져 비(非)CUDA 진영의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 추진은 인텔의 립부 탄(Lip-Bu Tan) CEO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탄 CEO는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 파트너로 있을 당시, 삼바노바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는 인텔 CEO로 취임한 이후부터 AI 기업 인수를 모색해왔으며, 이번 거래는 그의 '창의적 AI 복원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전에는 재무 부담이나 AI 부문 통합 문제로 인텔 이사회 내부 이견에 따라 인수 추진이 보류된 적이 있다.

삼바노바 인수의 전략적 효과는 기술 통합으로 GPU 의존도를 줄이고 소프트웨어 통합으로 통합 AI 운영 환경을 확보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텔은 이 인수를 통해 궁극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다시 진입하여 엔비디아와 AMD 중심 구도에서 대항마를 만들고, 오픈 생태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인텔은 2025년 기준 부문별 매출 저하와 총부채 약 440억 달러 등으로 재무 부담을 겪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50억~70억 달러로 추정되는 대형 인수가 단기적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AI 시장 재진입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는 중장기 부흥의 '기폭제'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인텔과 삼바노바의 결합이 AI 칩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GPU 중심 데이터플로우 병목을 해소하는 RDU 기술의 대중화를 촉진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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