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실리콘 디코드] 中 CXMT, SK하이닉스 동급 10.7Gbps D램 생산…'기술 격차 소멸' 선언

자체 1z·1nm 공정 기반 초저전력 칩 양산…AI 온디바이스 시장 직격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가시적 성과…화웨이 등 중국 내수 공급망 확보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10.7Gbps LPDDR5X D램 양산에 돌입하며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선두 그룹과 동등한 성능 수준을 달성했다. 사진=CXMT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10.7Gbps LPDDR5X D램 양산에 돌입하며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선두 그룹과 동등한 성능 수준을 달성했다. 사진=CXMT
중국 메모리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첨단 모바일 D램인 LPDDR5X 양산에 전격 돌입하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10월 31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CXMT는 자사의 최신 LPDDR5X 모듈이 10,667Mbps의 전송 속도를 구현해,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가 출시한 프리미엄급 칩과 동등한 성능 등급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악해 온 초저전력 D램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 성과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국산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DRAM' 기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성능 66% 향상, 전력 30% 절감…프리미엄급 시장 본격 진출


CXMT가 새롭게 선보인 LPDDR5X는 5세대 초저전력 D램 제품군으로, 향상된 패키징 기술과 회로 설계를 적용해 고용량, 고대역폭, 우수한 전력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다. 분석에 따르면 이 제품은 자체 1z·1나노(nm) 공정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CXMT LPDDR5X의 제원과 성능 향상

이 신형 칩은 다이당 12Gb 및 16Gb 용량으로 제공되며, 최고 속도는 10,667Mbps에 이른다. 이 속도는 기존 LPDDR5보다 66%에 이르는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다. 동시에 전력 소비를 기존 대비 30% 절감하여, 전 세계 플래그십 스마트폰, 고성능 노트북 및 인공지능(AI) 구동 장치가 요구하는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메모리 수요에 정확히 부합한다.

CXMT의 LPDDR5X 제품군은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춘 폭넓은 구성을 갖추고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8,533Mbps, 9,600Mbps, 10,667Mbps의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뉘며, LPDDR5와 완벽한 하위 호환성을 제공한다. 특히 8,533Mbps와 9,600Mbps급 모델은 2025년 5월에 이미 양산을 개시했으며, 최고 성능인 10,667Mbps 모델은 2025년 10월부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링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 구성은 모듈 레벨에서 다양한 형태로 확대된다.

개별 다이(Die) 용량: 12Gb, 16Gb
칩 레벨 솔루션 용량: 12GB, 16GB, 24GB

모듈 레벨 LPCAMM 제품 용량: 16GB, 32GB (LPCAMM 형태 포함)

CXMT는 이러한 개발 내용을 IEEE 2025 ASICON 콘퍼런스에서 발표하며 메모리 속도와 패키징 설계 분야의 기술 진보를 강조했다.

초박형 0.58mm 칩 개발과 첨단 패키징 혁신


CXMT는 고성능 D램의 핵심 과제인 패키징 기술에서도 혁신을 선보였다. 특히 하이엔드 모바일 장치가 요구하는 '더 얇고, 가볍고, 발열이 적은' 부품을 위해 uPoP(ultra Package-on-Package)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 초박형 적층 패키지 아키텍처는 데이터 처리량을 높이는 동시에, 고속 D램 사용 시 발생하는 데이터 신호 손실과 열 간섭을 최소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현재 CXMT는 양산 시 세계 최박형 모바일 DRAM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는 0.58mm 두께의 LPDDR5X 칩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SoC 호환성을 위한 제덱(JEDEC) 솔더볼 표준을 준수하는 HiTPoP(High Thermal PoP) 패키징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패키징과 회로 개선을 통해 차세대 AI 스마트폰, 웨어러블 장치, 초박형 노트북 등에서 열 간섭을 줄이고 고속 I/O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10.7Gbps 성능과 결합하여 대규모 언어 모델(LLM) 추론, 음성-텍스트 변환, 8K 영상 처리 등 AI 온디바이스(AI on-device) 작업의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미-중 기술 경쟁 격화 속, '메모리전 2라운드' 개시


CXMT의 LPDDR5X 양산 진입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추진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글로벌 모바일 D램 시장이 해마다 5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과 동등한 속도 수준을 달성한 것은 시장 구조에 균열을 일으킨 첫 사례로 기록됐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적 성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서 회담을 가지기 직전에 이루어져 의미심장하다. 이는 중국 국가 주도 R&D 투자의 가시적 성과로, 중국이 자국의 칩 제조 회복력과 '공급망 자립(self-reliance)' 의지를 대내외에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행보라고 분석가들은 해석한다. 나아가 미-중 기술 경쟁의 '메모리전 2라운드'가 공식 개시됐음을 시사하는 정책 신호로 읽힌다.

그동안 LPDDR5X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시장은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독점적으로 지배해 왔다.

CXMT의 이번 발전은 이러한 한국 중심의 시장 지배 구도를 깨뜨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고 한국의 첨단 메모리 칩 수출 규제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자국 브랜드인 화웨이, 샤오미, 아너 등에게 국산 공급선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공급선 확보는 한국 메모리 산업에 장기적인 가격 및 점유율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CXMT는 공식적으로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차이나스타마켓(Chinastarmarket.cn)과 IT홈(IT Home)이 인용한 소식통들은 중국 스마트폰 및 AI 하드웨어 제조업체와의 협력이 이미 진전되고 있으며, 이르면 2025년 말에 첫 번째 장치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CXMT 로드맵에 정통한 한 분석가는 "10,667Mbps 기준점을 돌파한 것은 단순한 성능 이정표를 넘어선 전략적 메시지다"라고 평가하며, "이는 여전히 한국과 미국이 지배하는 저전력 D램 시장에서 중국이 마지막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CXMT, LPDDR6 및 HBM급 연구 돌입…국산 AP 탑재율 50% 목표


CXMT의 LPDDR5X 생산은 중국이 글로벌 선두 메모리 제조업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CXMT의 다음 과제는 양산 수율(yield)을 높이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SoC 설계 승인(design win)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CXMT가 수율을 안정화해야만 삼성, 하이닉스와 직접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XMT는 2026년~2027년경에 글로벌 상용화가 예상되는 LPDDR6의 사전 개발과 HBM(고대역폭 메모리)급 저전력 모듈 연구를 병행하며 미래 기술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CXMT는 중국산 모바일 AP 및 AI 칩 플랫폼(예: 화웨이 기린, 언이스마트 SoC)에 국산 DRAM 탑재율을 50%까지 달성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한다.

현재 CXMT의 진전은 중국이 수직 통합된 반도체 공급망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첨단 패키징 혁신과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결합한 CXMT는 메모리 산업의 판도를 재편하는 떠오르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 장비 및 EUV 공급 제한, 그리고 글로벌 스펙 인증(JEDEC 표준) 지연 가능성 등의 위험 요인이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