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7조원 '깜짝 실적'은 신호탄…범용 D램·낸드 1위 탈환
HBM 추격 속 AMD·오픈AI 수주…'AI 맞춤형 플랫폼'으로 재편
HBM 추격 속 AMD·오픈AI 수주…'AI 맞춤형 플랫폼'으로 재편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는 30일 3분기(7~9월) 결산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부문은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4조7000억 원)를 2조 원 이상 뛰어넘는 7조 원(약 49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순이익 역시 12조100억 원으로 집계, 시장 전망치(9조2900억 원)를 30% 이상 웃돌았다.
이 같은 극적인 실적 개선의 동력은 단연 AI다. 오픈AI와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 등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며 컴퓨팅 파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역시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는 세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의 막대한 자원을 총동원하며 대응하고 있다. AI 열풍이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연산 서버의 폭발적 확장으로 이어지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 직접 '추세 반전'을 가져왔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서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메모리 사업은 삼성 '제국'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기둥이다. 하지만 AI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AI 역량 강화를 위해 고객들이 기꺼이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이 차세대 시장에서, 삼성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며 추격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AI발 '지출 광풍'은 HBM 시장을 넘어, 삼성이 전통 강점을 지닌 범용 메모리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범용 D램(DRAM)과 낸드(NAND) 플래시 제품 수요까지 덩달아 급증하며 D램과 낸드 가격이 전년 대비 35~60% 급등했다.
SK하이닉스 독주 속, '규모'로 추격하는 삼성
이러한 흐름은 주가에도 명확히 드러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AI 메모리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 주가가 2025년 들어 3배 이상(연초 대비 +200% 이상) 폭등하며 AI 중심 시장의 최대 수혜주임을 입증했지만, 삼성전자 주가 역시 같은 기간(2024년 12월 31일 대비) 약 90% 상승하며 (AI 수요 회복 기대감과 현금흐름 재창출 능력 부각) 탄탄한 회복세를 과시했다. 같은 기간 미국 마이크론은 70% 이상 상승했으며, AI 칩 생태계의 핵심인 엔비디아와 AMD 주가 역시 각각 100%, 260% 이상 급등하며 AI 기반 시설 전반의 호황을 반영했다.
경쟁 구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명실상부한 세계 AI 메모리 1위다. 특히 HBM3E 공급으로 엔비디아 GPU 시장의 거의 전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미 2026년까지 생산 예정 물량이 완판됐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HBM3E 양산을 확대하며 미국 내 클라우드 기업 중심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나 공급량은 아직 한정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AI용 HBM에서는 기술 격차를 보였으나, 압도적 가격과 생산 규모 경쟁력을 무기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시장 투자자들은 삼성이 특유의 '규모의 경제'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HBM 시장에서도 결국 입지를 되찾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은 3분기 AI 관련 투자가 범용 D램·낸드의 가격과 판매량을 동시에 끌어올린 덕분에, 매출 기준 '세계 1위 메모리 제조사'의 자리를 탈환했다.
또한 최근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로부터 서버용 DDR5 및 HBM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HBM3E 칩 및 차세대 HBM4에 대한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픈AI가 추진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에도 SK하이닉스와 함께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학습용 시설로, 대용량 HBM과 고속 SSD의 막대한 수요를 동반한다.
업계의 관심은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황 CEO는 이번 주 초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기업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보면, 모든 기업이 나의 오랜 친구이자 매우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한국 기업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과시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한국에) 가면 한국 국민들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말 기쁜 소식이 될 발표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파트너사들과의 협력 확대 발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AI 맞춤형 플랫폼' 기업으로…패러다임 전환 선언
이번 실적은 AI 기반 시설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 구조가 뿌리부터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과거 CPU(중앙처리장치) 중심 구조에서, 이제는 메모리 대역폭 중심 데이터 접근 속도 경쟁으로 판이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AI 특화 메모리'가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메모리-시스템반도체의 상승효과를 활용한 'AI 맞춤형 반도체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AI 반도체 완제품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투자 과열에 따른 단기 공급과잉 우려와 함께, 막대한 전력 소비와 냉각 기반 시설 부족 문제가 새로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의 40% 이상이 고대역폭 메모리에 투입될 것이란 전망 속에, 삼성이 '메모리 중심 AI 시대'의 핵심 주역으로 완전히 복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