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신차 26종 출시…매출 110억 달러·점유율 15% 목표
"완전 전동화는 시간 걸려"…현실 수요와 수익성 고려한 '실리 추구'
"완전 전동화는 시간 걸려"…현실 수요와 수익성 고려한 '실리 추구'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15일 인도 뭄바이에서 연 첫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행사에서 이번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2030년까지 총 51억 달러(약 7조2000억 원)를 인도에 투자하는 대규모 계획을 내놨다. 투자 계획의 핵심은 완전 전동화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의 '징검다리'로서 하이브리드차의 역할을 키우는 데 있다. 뚜렷한 목표로 2030년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8종과 순수 전기차 5종을 현지 판매 목록에 올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CEO는 현지 기자들에게 이번 전략 전환의 배경을 또렷하게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주행거리 걱정과 높은 비용은 여전한 장벽이어서, 바로 이 지점에서 하이브리드가 꼭 필요한 징검다리 노릇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이브리드는 부족한 충전 기반시설과 불안정한 전력망, 가격에 민감한 구매자들의 처지를 고려할 때 인도 시장의 핵심 단계"라고 덧붙였다.
인도 정책 변화와 경쟁 구도…'현실 노선' 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이런 움직임은 인도 시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전기차 수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공통된 고민을 보여준다. 특히 인도의 정책 변화가 현대차의 전략에 힘을 싣는다. 인도 정부는 애초 EV 위주로 짜던 '2027년 기업 평균 연비(CAFE) 규제안 초안’' 방향을 바꿔, 하이브리드, LNG, 바이오 연료 등을 아우르는 '다중 연료(Multi-Fuel) 로드맵'으로 전환했다. 완전 전동화에 앞서 ‘다리 역할을 할 친환경차’를 키우겠다는 뚜렷한 신호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는 현지 경쟁 구도를 새로 짜려 한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는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EV에 힘을 쏟는 타타 모터스, 2027년 이후 EV 전용 공장 설립을 예고한 마힌드라 & 마힌드라 같은 현지 기업과 하이브리드 위주의 단계적 전동화를 꾀하는 도요타가 경쟁한다. 현대차는 도요타와 비슷한 현실 노선을 택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기아의 소형 하이브리드 SUV 출시 계획과 연결해 시너지를 키울 계획이다.
현대차는 뚜렷한 수치로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아우르는 전동화 차량의 세계 판매 비중을 60%(330만 대)로 끌어올린다. 격전지가 될 인도 시장에서는 현재 약 14%인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15% 이상으로 넓히고, 매출 110억 달러(약 15조6000억 원)를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CEO는 현대차 세계 전략에서 인도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도는 2020년 현대차 세계 판매의 11%를 차지하는 5위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15%를 차지하는 3위 시장으로 뛰어올랐다"며 "2030년에는 북미 다음으로 큰 두 번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네시스 현지 생산·첫 비한국인 CEO…'인도 맞춤' 실행 계획
현대차는 51억 달러 투자의 세부 계획도 공개했다. 제조 부문에서는 첸나이와 타밀나두 공장을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다중 동력계 생산 체계'로 발전시킨다.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현지 기술센터를 넓혀 '소형 하이브리드 엔진과 저비용 배터리 체계 설계'에 힘을 쏟는다. 또, 현지 배터리 업체 엑사이드 인더스트리와의 합작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30 회계연도까지 새 차 7종을 포함해 총 26종의 신규 또는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2027년부터는 인도 현지에서 만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70와 G80 등을 내놓아 고급차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현지화에 대한 굳은 의지는 경영진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는 인도인 임원인 타룬 가그를 2026년 1월부터 사장 겸 CEO에 임명한다. 30년 인도 진출 역사상 첫 비한국인 최고경영자다.
끝으로 현대차는 인도를 내수 시장을 넘어 핵심 수출 기지로 키운다. 인도에서 만든 차량의 30%를 중동과 아프리카 같은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뇨스 CEO는 "인도는 현대차 세계화 전략의 일부가 아니라, 전략 그 자체"라며 인도의 중요성을 거듭 힘주어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