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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VMH, 깜짝 실적에 주가 12% 급등…프랑스 부유세 논쟁 지폈다

아르노 회장 자산 하루 26조 원 폭증…개인 역대 2번째 상승폭
아르노 "자유경제 파괴" 비판에…佛 좌파 "사회 기여 부족" 맞불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프랑스 사회가 부유층 증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으로 다시 뜨거워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하루 만에 26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를 추가로 쌓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LVMH의 깜짝 실적 발표가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며 그의 자산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났고, 프랑스 정치권의 '부유세' 도입 논의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보면, 아르노 회장의 개인 자산은 지난 15일 단 하루 동안 190억 달러(약 26조 원) 폭증해 총 1920억 달러(약 272조 원)에 이르렀다. 올해 76세인 아르노 회장에게는 역대 두 번째로 큰 하루 자산 상승폭이다. LVMH 주가 급등이 자산 폭증을 이끌었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LVMH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12%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런 호실적 배경에는 핵심 사업인 패션·가죽 제품 부문이 굳건한 성장세를 보인 덕분이다.

이번 실적 발표는 LVMH 그룹 전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VMH는 팬데믹 기간 보복 소비 열풍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아르노 회장은 2022년 세계 최고 부호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최대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식으면서 성장세가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보복 소비(Revenge Luxury)' 현상이 이어지고, 상반기 주춤했던 중국 시장 역시 상위 10% 소비층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 실적을 이끌었다. 여기에 유로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와 와인·주류, 보석류 등 다각화된 사업 구성이 가져온 안정성 역시 이번 실적 반등에 크게 힘을 보탰다.

'깜짝 실적'에 명품株 동반 강세…시장에 퍼진 낙관론

LVMH가 쏘아 올린 축포는 명품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LVMH의 실적 호조는 업계 전반에 새로운 낙관론을 불어넣으며, 에르메스 인터내셔널(+7.35%)과 구찌의 모기업 케링(+4.77%) 등 다른 프랑스 명품 기업들의 주가까지 동반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 때문에 프랑스 명품 산업은 팬데믹 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보였다. 아르노 회장을 비롯한 소수의 프랑스 가문이 세계 명품 산업을 지배하는 현실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처럼 경이로운 부의 축적은 프랑스 내 정치 논쟁과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현재 프랑스는 예산안 통과 지연, 노동개혁 반대 시위, 현 정부 지지율 하락 등 여러 국내 정치 불안 요소가 겹쳤다. 이런 가운데 사회당을 포함한 좌파 연합을 중심으로 2026년 예산안에 '부자 증세'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기업 보유 지분 형태의 자산에 따로 세금을 매기는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노 회장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 직격탄을 날리며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지난달 영국 선데이 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부유세 모델을 제시한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먼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주크먼의 제안을 "자유 경제를 파괴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나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개인 가운데 한 사람이며, 내가 운영하는 기업들을 통해서도 막대한 세금을 낸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공개 반발은 좌파 정당들이 "초부자들의 사회 기여가 부족하다"고 반격에 나서는 빌미를 주었다.

부의 축적 vs 조세 형평성…정치 넘어 사회 갈등으로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기업인의 자산 증식을 넘어 여러 경제·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LVMH의 실적은 세계 명품 소비가 최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청년층과 서민층의 세금 부담이 무거워지는 가운데 나타난 초부유층의 자산 폭증은 경제 양극화의 상징으로 떠올라 사회 긴장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 내 부유세 재도입 가능성은 기업들의 '정책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만약 증세가 현실화한다면, 프랑스 기업들이 본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세금을 피하려는 전략을 더 쓸 수 있다고 내다본다. 장기적으로 명품 산업 투자 자금 일부가 런던이나 제네바로 움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르노 회장의 자산 급증이 프랑스 내부의 조세 형평성 논쟁을 넘어, 유럽 전체의 '세금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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