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한 시간 만에 약 6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 규모의 암호화폐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매체는 이번 청산 규모가 최소 지난 4월 초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대중국 추가 관세 인상 발표를 올린 직후 12% 급락한 뒤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때 10만3893달러까지 폭락한 뒤 한국시각으로 11일 오전 6시54분 현재 전일 대비 7.11% 하락한 11만2964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6일 12만625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 팔콘엑스의 라비 도시 시장 공동대표는 블룸버그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으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위험자산 전반이 급락했다”면서 “하루 종일 하락 위험에 대비한 파생상품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 코인글래스 자료를 인용해 지난 하루 동안 약 74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베팅이 청산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약 67억 달러는 롱(매수) 포지션 청산이었고, 6억9500만 달러는 숏(매도) 포지션 청산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4시 동안에만 약 66억 달러가 추가로 청산되며 청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이 낮은 중소형 코인들의 타격은 더 컸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한때 17% 넘게 급락했고, 엑스알피(XRP)와 도지코인은 한때 30% 이상 폭락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일제히 요동쳤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이 격화되자 증시와 국제유가 및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한 반면,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희토류 광물에 ‘적대적인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추가 무역 제재를 예고했다.
그는 또한 “이번 달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해 양국 정상 간의 회동이 무산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