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TKMS "캐나다 생산 가능" 맞불, 독일과 최종 경쟁
폴란드엔 1억 달러 투자·기술이전 약속하며 대조..."`캐나다 정부가 국내 건조 원치 않아"
폴란드엔 1억 달러 투자·기술이전 약속하며 대조..."`캐나다 정부가 국내 건조 원치 않아"

캐나다 정부가 자국 내 건조를 원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폴란드 사업에서 1억 달러(약 1420억 원)를 투자하며 현지화를 추진하는 것과 대조된다.
캐나다 일간지 힐타임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 대사관을 인용해 "캐나다 정부와 한화오션 사이 잠수함 국내 건조 논의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안영기 주캐나다 한국 대사관 공사는 이 매체에 "캐나다 국내 건조는 기술로는 가능하지만, 인도 일정을 크게 늦추고 비용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기존 빅토리아급 함정 유지보수 기간이 늘어나면서 추가 비용도 생긴다"고 밝혔다.
독일 212CD vs 한화 KSS-III, 양자 대결 구도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월 낡은 빅토리아급을 대체할 차세대 잠수함 12척 공급 업체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노르웨이 컨소시엄과 한화오션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측 모두 2026년까지 계약을 맺으면 2035년 첫 함정을 넘길 수 있다고 제안한 상태다.
TKMS는 독일과 이탈리아 해군이 쓰는 212A를 발전시킨 중형 잠수함 212CD(전장 73m, 배수량 2800t)를 제안했다. 수소연료전지 기반 공기불요추진(AIP) 기술로 오래 잠항할 수 있으며, 북극 등 높은 위도 빙하 밑 작전에 맞다는 설명이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쓰는 대형 잠수함 KSS-III(장보고-III급·전장 89m, 배수량 3600t)를 내놓았다. 연료전지 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합쳐 물속 작전 지속 시간을 늘렸으며, 중어뢰·순항미사일 발사와 특수전 수행이 가능하다.
캐나다 공공서비스조달부 대변인은 힐타임스에 "두 제안 모두 검토 대상"이라며 "캐나다에 최선의 경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정부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 "정부가 국내 건조 원치 않아"...자체 조선소서 동시 5척 건조
그는 "한화오션은 자체 조선소에서 최대 5척 잠수함을 동시에 지을 수 있는 능력과 설비를 갖췄다"며 "다른 업체는 이런 생산 능력이 없어 캐나다 내 건조를 제안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국내 건조를 요구 조건으로 정하면 빠르게 바꿀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현재 자사 조선소에서 전량 지을 계획이며, 인도 뒤 캐나다 내에서 정비·유지보수 지원만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TKMS "첫 함은 독일서, 이후 캐나다 생산 가능"
반면 TKMS는 캐나다 내 생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발렌티나 골드만 주캐나다 독일 대사관 대변인은 "첫 잠수함들은 캐나다가 원하는 인도 일정을 맞추려고 독일 TKMS 조선소에서 짓지만, 뒤 시리즈는 캐나다에서 완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TKMS는 독일에서 턴키 인도부터 캐나다 내 완전 현지 생산까지 모든 선택안을 준다"며 "캐나다 당국은 TKMS 잠수함을 캐나다 내에서 만드는 선택안을 알고 있지만, 조건을 정하는 것은 정부 몫"이라고 설명했다.
옌스 플뢰트너 독일 국방혁신담당 차관은 최근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첫 잠수함은 기존 독일 생산 시설에서 짓되, 뒤에 캐나다 내 생산 시설을 만들고 다음 함정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 서로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처드 시모오카 맥도널드-로리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8일 힐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잠수함 캐나다 국내 생산 논의는 공급업체들이 제안을 더 매력있게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라며 "이는 대부분 독일 쪽 노력으로 보이지만, 캐나다 국방부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여러 척을 지으면 비용이 늘고 프로젝트 인도가 늦어진다"며 "캐나다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고객이 없을 생산라인을 만들어야 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된다"고 분석했다.
필립 라가세 칼턴대 부교수도 "2035년 마감일까지 캐나다에서 첫 몇 척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규모 함대의 다음 함정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퍼 캐나다 국방조달담당 국무장관은 양쪽 잠수함 제안이 모두 해군의 군사·기술 요구를 채운다며, 최종 결정은 구매 비용·산업 이익·일자리 창출·인도 일정을 포함한 경제성에 달렸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언론 추정 200억~600억 캐나다 달러(약 20조~61조 원)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폴란드엔 1억 달러 투자·1300명 고용...기술이전 약속
한편 한화오션은 캐나다와 달리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는 적극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통신 ABC는 지난 9일 한화오션이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프로그램에 약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투자로 폴란드 기반시설을 돕고 1300명 이상 일자리를 만들며, 현지 조선소를 돕고 공급망을 만들 예정이다. 또 폴란드에 시설 건설 기술을 넘겨 폴란드가 한화오션이 넘긴 잠수함을 스스로 현대화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게 돕겠다고 약속했다.
오르카 프로그램은 시뮬레이터·해상·함상 훈련으로 승무원이 새 장비와 무기를 스스로 쓸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폴란드는 구소련제 잠수함을 바꿀 현대식 순항미사일 잠수함 3~4척 구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프랑스·독일·스웨덴·이탈리아·한국 업체들이 경쟁 중이다.
한화오션의 이런 전략 차이는 각국의 조달 정책과 산업 여건에 맞춘 맞춤형 접근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캐나다가 빠른 전력 공백 해소를 우선하는 반면, 폴란드는 자국 방산 생태계 키우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