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1조 달러(약 1407조 원)’ 규모의 보상안이 실제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수십억 달러 달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의 새 보상안이 성과 미달 시 보상은 제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완화된 조건만 충족해도 거액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목표 미달해도 500억 달러 이상 가능
로이터는 테슬라 이사회가 제시한 여러 성과 지표를 분석한 결과 머스크가 자율주행차, 로봇, 로봇택시 등 핵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쉬운 조건 몇 가지만 채워도 500억 달러(약 70조2500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두 가지 제품의 목표와 일정 수준의 시가총액만 달성해도 260억 달러(약 36조5500억 원)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다른 대형 기업 CEO 8명의 평생 보수를 모두 합친 금액보다 많다는 것.
그 이유는 테슬라 이사회가 설정한 일부 목표가 모호하게 정의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10만건의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구독 달성’이란 목표는 실제 완전 자율주행 기능 구현 여부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구독자 수를 늘리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어 가격 인하나 마케팅 강화만으로도 쉽게 달성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수익성보다 시가총액 중심 구조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의 보상안은 수익성보다 시가총액 성장에 연동돼 있기도 하다. 테슬라 시총이 현재 1조4000억 달러(약 1970조8000억 원)에서 2조 달러(약 2815조4000억 원)로 오르면 이익이 크게 늘지 않아도 머스크는 거액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는 “연평균 6.4% 상승만으로 해당 조건이 충족된다”며 “이는 S&P 500 기업의 장기 평균 상승률(8.5%)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머스크 보상안의 규모를 놓고 언론에서는 통상 1조 달러 수준인 것으로 전해왔으나 로이터의 분석 기준으로는 약 8780억 달러(약 1235조3000억 원) 규모로 평가됐다.
◇ 전문가 “성과 기준 모호…지배구조 리스크”
전문가들은 이번 보상안이 성과 중심 보상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모리대 비즈니스스쿨의 웨이 장 부학장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 한 사람에게 경영권을 과도하게 집중시키고 있다”며 “지배구조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 애널리스트도 “테슬라의 현재 기업가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 제품에 기대고 있다”며 “머스크가 이 보상을 정당화하려면 실제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 테슬라 “성과 없으면 제로” 반박
이같은 지적에 대해 테슬라 이사회는 “회사의 가치가 두 배로 오르고 운영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한 보상은 제로”라며 “머스크의 보상안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때만 효력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머스크는 주식 보상으로 얻게 되는 의결권을 즉시 행사할 수 있어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