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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세계 최장 58구경 K9 자주포 양산…美 육군 획득전 정조준

9m 포신 탑재로 사거리 70km 확보…압도적 성능으로 시장 판도 변화 예고
美 육군 현대화 사업 정조준…'현지 생산' 카드로 유럽·미국 경쟁사 넘어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최장 9m 포신을 탑재해 사거리를 70km로 늘린 58구경장 K9 차륜형 자주포 양산에 돌입했다. 한화는 압도적인 성능과 현지 생산 전략을 내세워 미 육군 차세대 자주포 사업 수주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최장 9m 포신을 탑재해 사거리를 70km로 늘린 58구경장 K9 차륜형 자주포 양산에 돌입했다. 한화는 압도적인 성능과 현지 생산 전략을 내세워 미 육군 차세대 자주포 사업 수주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차세대 포병 시스템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K-방산의 대표주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에서 가장 긴 포신을 장착한 신형 K9 자주포의 양산에 돌입하며 세계 방산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에 공개된 차륜형 K9은 역대 가장 긴 9m 길이의 58구경장 포신을 탑재해 압도적인 사거리와 기동성을 확보했다. 한화는 이를 통해 세계 최대 무기 시장인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획득 사업을 정조준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장 포신으로 확보한 압도적 성능


10일(현지시각)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K9 썬더 자주포의 차륜형 모델 생산에 착수했다. 신형 모델의 시험평가는 2026년 초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에 개발된 차륜형 K9은 K9A2 155mm 자주포의 최신 개량형 기술을 기반으로, 기동성과 운용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로망이 잘 발달된 작전 환경을 고려해 설계했으며, 여러 군에서 운용 중인 기존 궤도형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대형 트럭 섀시에 탑재할 수 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플랫폼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트럭 비종속적(truck-agnostic)' 시스템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신형 시스템은 현존하는 야포 중 가장 긴 9m(29.5피트) 58구경장 포신을 채택해 최대 사거리를 70km(43마일)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운용되는 39~52구경장 표준 155mm 자주포의 사거리가 통상 30~40km 안팎인 점을 생각하면,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비약적인 성능 향상이다.

한화 측은 이러한 장사정 시스템이 현대 군의 네트워크전과 신속 기동전에 필요한 장거리·고기동 포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도의 기동성과 장거리 타격 능력에 대한 군의 수요 증가에 맞춰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의 이번 차륜형 K9 개발은 2024년 영국 다목적 포병 시스템(MRAS)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직후 본격화됐다. 독일-프랑스 합작사인 KNDS의 RCH 155에 패배한 한화는 곧바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 차기 국제 포병 프로그램, 특히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영국 고배 딛고 미국으로…'차륜형'으로 승부수


현재 한화의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 USA는 노후한 155mm 포병 전력의 현대화를 추진 중인 미 육군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2024년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시범사업(NGSB)에 참여할 5개 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돼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한화는 미 육군의 기동 전술포 관련 정보요청서(RFI)에 이번에 공개한 차륜형 K9을 공식 제안했으며, 미군의 특정 요구사항에 맞춰 기존 궤도형 K9을 개량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할 방침이다.

특히 한화는 '미국 현지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이슨 박 한화디펜스 USA 지상체계 사업개발 담당 시니어 디렉터는 "우리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생산 능력 확보에 전적으로 힘쓰고 있다"고 강조하며, "필요하다면 한국에서 생산한 K9의 빠른 초도 물량 납품이 가능하며, 이후 즉시 미국 내에서 완전한 생산과 후속 군수 지원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의 제안은 계약을 따낼 때 미국에 생산 라인과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어, 자국 제조업 역량 강화를 중시하는 미 국방부의 정책 기조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또한, 미국군 전용 사격통제시스템(FCS)을 따로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플랫폼이 개량됨에 따라 꾸준한 성능 개선 방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화의 이러한 행보는 장거리 정밀 타격 분야에서 유럽과 미국의 경쟁자들과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美 '사거리 연장 야포' 좌초… K9, 대안으로 급부상

과거 미 육군은 '사거리 연장형 야포(ERCA)' 프로젝트를 통해 장사정 자주포를 자체 개발하려 했으나, 과도한 포신 마모와 높은 비용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가 축소된 바 있다. ERCA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거리 발사 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신뢰성 있는 58구경장 K9은 미 육군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9 자주포는 이미 대한민국을 비롯해 폴란드, 호주, 노르웨이, 핀란드 등 9개국 이상이 운용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현대 포병 시스템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한화는 이러한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차륜형 모델을 통해 국가별 특성에 맞춘 포병 해결책을 제공함으로써 K-방산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군이 K9을 채택한다면, 미국 내 생산과 고용 창출 효과는 물론 한미연합운용 상승효과도 기대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포신과 포신 내구성 기술은 한화가 '장거리 정밀화력(Long Range Precision Fires)'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에 미국 시범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 내 생산 기반이 확보되면 국외 수주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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