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기술자 복귀 거부” 투자 절벽 우려
ICE 단속 후 열악 구금에 한국 정부 “부당 대우” 항의…美 현지 정치권도 논란
ICE 단속 후 열악 구금에 한국 정부 “부당 대우” 항의…美 현지 정치권도 논란

WJCL이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민 변호사들은 구금 경험이 향후 한·미 기업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ICE 단속 후 외국인 기술자 복귀 거부…열악한 구금 환경에 한국 정부 항의
미국 애틀랜타 소재 찰스 커크(Charles Kuck) 이민 변호사는 "현대차 측이 내년 상반기 공사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며 "구금을 겪은 기술자 대부분이 다시는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크 변호사는 구금된 한국, 일본, 중남미 출신 숙련 기술자 10명을 대리하고 있다.
이달 초 ICE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 메가플랜트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300여 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단속 당시 "한국에서 전날 밤 도착해 헬멧을 쓴 채 회의를 기다리던 기술자 2명이 체포됐다"고 커크 변호사는 전했다.
구금된 기술자들은 조지아주 폴크스턴 ICE 처리센터로 이송돼 72개 침대가 설치된 좁은 공간에서 며칠간 구금됐으며, 화장실 이용도 제한됐다고 알려졌다. 커크 변호사는 "구금 후 며칠간 면회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금자 가운데 300여 명은 지난 12일 전세기편으로 한국에 송환됐으며, 일부는 여전히 현지 구금 시설에 머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워싱턴 방문에서 "한국의 대미 제조업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미국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이번 구금 사태가 향후 한미 경제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투자 위축 우려 심화…트럼프 "기술자 재입국 허용해야" 발언
커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트럼프 행정부 기간 또는 관련 작업 비자 제도 개선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십 건의 한국 언론 인터뷰와 기업 관계자 접촉에서 투자 축소 분위기를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조지아 합작 공장 건설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달 4일 이후 사실상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말 완공 예정이던 공장은 내년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설치 및 시운전 단계에서 핵심 인력 이탈로 내년 상반기 제품 양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외교적 해결 없이는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어 1년 이상 양산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협력사들이 인력 파견을 꺼릴 가능성이 크며, 전문성을 갖춘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해당 기술자들이 재입국해 미국 근로자 훈련을 도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최근 한국 외교 당국과 회담에서 "한국인 근로자의 재입국에는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 기업들이 향후 미국 내 투자 결정 시 이민정책과 작업 환경 안전성 등을 중점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