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단속 사태 이후 한국과 미국이 단기 기술인력 비자 문제를 공식 협의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단기 파견 인력이 안정적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민법 집행 원칙을 유지하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양국 공동 워킹그룹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며 “새 비자 종류 신설, 쿼터 설정, 단기 방문 비자의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을 논의했고 현장 복귀가 필요한 인력의 재입국 문제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WP는 “이번 사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제조업 투자 유치 전략과 불법 고용 단속 강화가 동시에 충돌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같은 날 낸 성명에서 “법 집행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인력이 빠르고 합법적으로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단속 과정에서 미 당국이 비자 종류별로 근로자를 나눠 확인했으며 전자여행허가제(ESTA)나 B-1 비자를 가진 근로자 가운데 업무 범위를 넘는 활동을 했다고 본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공장 초기 설비 설치와 교육 같은 업무가 어떤 비자에 해당하는지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리 브랜스테터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현장을 빨리 가동하려는 기업의 요구가 미국 비자 발급 지연과 맞부딪쳤다”고 지적했다. 벤 암스트롱 매사추세츠공대(MIT) 산업성과센터 소장은 “수십 년 동안 해외 기업이 공장 셋업을 위해 기술자를 단기 파견해왔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민 변호사 댄 코왈스키는 “문서 확인으로도 충분했을 사안을 굳이 대대적 단속으로 처리한 것은 보여주기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는 입국 목적과 허용 업무를 사전에 분명히 하고 체류 기간을 단계별로 안내하며, 사전 심사와 사후 검증이 이어지는 표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멕시코, 호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 적용되는 특별 비자 모델을 참고해 한국 기업에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명확한 규칙과 빠른 절차라는 지적이다. 양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단기 기술인력 전용 비자를 마련하고 현장 집행을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가 향후 협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