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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HD현대·삼성重, 200조원 美 조선업 투자…미 상원 "세부내용 공개하라"

트럼프·이재명 'MASGA' 합의…한화·HD현대·삼성, 美 조선업 재건 나선다
볼드윈 의원 "미국산 선박 구매하고 현지 고용해야"…자국 산업·노동자 보호 촉구
태미 볼드윈 미국 상원의원이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의 핀칸티에리 에이스 마린을 방문해 미국 조선업 투자 촉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볼드윈 의원실이미지 확대보기
태미 볼드윈 미국 상원의원이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의 핀칸티에리 에이스 마린을 방문해 미국 조선업 투자 촉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볼드윈 의원실
미국과 한국이 합의한 총 3500억 달러(약 470조 원) 규모의 조선업 투자 계획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견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조선업계와 노동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양국 협력의 세부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조선 해운 전문 매체 리비에라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태미 볼드윈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위스콘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선박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볼드윈 의원은 "결국 미국은 이 문제에서 타협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미 중국에 뒤처지고 있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내 조선 산업에 투자하고 미국산 선박을 구매해 미국 노동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트럼프의 '양면 전략'…韓 투자로 美 조선업 부활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 조선업 위대하게 재건(MASGA)' 구상을 논의했다. 이 구상은 한국이 미국 내 사업에 총 3500억 달러(약 470조 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담고 있으며, 이 중 1500억 달러(약 200조 원)를 미국 조선업에 투자한다. 여기에는 한화 필리 조선소의 50억 달러 규모 설비 확장 계획도 들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 다음 날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열린 다목적 국가안보선박 'State of Maine'(메인주함) 명명식에서 미국 조선업 부활에 한국이 기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미국 조선업 위대하게 재건' 계획은 단순히 거대한 군함과 최첨단 선박을 건조하는 비전을 넘어, 사라진 미국의 꿈을 되살리려는 원대한 비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면 전략'으로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다시 조선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며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이 미국 인력을 이용해 현지에서 선박을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화·HD현대·삼성, 대미 투자·협력 본격화


이러한 양면 전략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최근 20년 만에 미국 조선소 사상 최대 규모의 상업용 선박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해운(Hanwha Shipping)에서 MR 탱커 10척을 주문받았으며, LNG 운반선도 수주했다. 첫 LNG 운반선은 한국의 한화오션이 하도급으로 생산하고, 한화 필리 조선소는 미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 등 미국 해양 규정에 맞춰 인증과 규정 준수를 맡는다.

한국의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MASGA 구상에 동참하고 있다. HD현대는 상업용 조선 부문에서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dison Chouest Offshore), 군사 부문에서 헌팅턴 잉걸스 조선(Huntington Ingalls Shipbuilding)과 협력하고,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Cerberus Capital Management)와 합작해 '서버러스 마리타임(Cerberus Maritime)'을 세워 미국 내 조선·항만·해양 기술 투자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SHI)은 비거 마린(Vigor Marine)과 손잡고 미 해군과 군수지원사령부(MSC) 선박의 수리, 건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볼드윈 의원이 이번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는 이탈리아 국영 조선 그룹 핀칸티에리 산하의 핀칸티에리 마린 그룹 소속 조선소 세 곳이 있는 미국 조선업의 핵심 지역이다. 그는 또한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항만 인프라 법안(SHIPS Act)'의 공동 발의자이기도 하다. 이 법안은 10년간 미국 국적 상업선 250척 건조를 목표로 하며, 항만 요금과 관세로 재원을 마련하는 해양안보신탁기금 신설을 골자로 한다.

MASGA 계획은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한국의 대규모 투자와 협력을 핵심으로 한다. 미국으로서는 해외 조선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볼드윈 의원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산업 보호를 위해 협상 세부사항의 투명한 공개와 미국 노동자에게 돌아갈 직접 혜택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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