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미국 청년층의 고용 기회를 뚜렷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오픈AI의 챗GPT가 지난 2022년 말 공개된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 번역, 고객 서비스 등 자동화가 용이한 직종에서 특히 22~~25세 청년층의 고용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우 해당 연령대 고용 인원은 2022년 말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기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6~30세 구간은 고용이 정체했고 중장년층에서는 오히려 증가세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AI에 노출도가 높은 청년층에서 확연히 다른 고용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아직 정식 학술지에 게재되지는 않았지만 수백만 명의 고용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어서 기존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사태 이후 경기 둔화 같은 거시 요인과 별개로, AI가 직접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험 많은 개발자들이 협업 능력이나 프로젝트 관리 등 자동화하기 어려운 역량을 바탕으로 여전히 수요를 유지하는 반면, 청년층은 경력의 초입에서 AI에 대체돼 학습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세대 단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앞으로는 단순 현장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명시적인 훈련 체계를 통해 청년층이 필요한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I가 단순 대체가 아닌 보조 도구로 활용되는 분야에서는 청년층 고용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등 전문 영역에서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여줄 경우 전체 고용 증가율을 웃도는 성장세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는 방식이야말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