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호무역주의 속 '새 성장 동력' 강조…"BTS·기생충 성공, 전 세계 통한다"
하이브, 라틴아메리카 등 해외 사업 확장… "문화 수출, 제조업 대체는 아직"
하이브, 라틴아메리카 등 해외 사업 확장… "문화 수출, 제조업 대체는 아직"

한국의 음악, 영화, 게임에 이르는 지적재산권(IP) 수출은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해 2024년 9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중앙은행 데이터가 밝혔다. 하지만 이는 13% 증가한 6962억 달러를 기록한 상품 수출의 일부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인도, 라틴 아메리카, 중동이 한국 문화 상품의 새로운 유망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주요 제작사 임원들이 밝혔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의 이재상 CEO는 "라틴 음악의 발상지로 인정받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이 핵심 초점 분야"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4개국 출신 6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KATSEYE의 미국 데뷔에 이어 라틴 아메리카에서 새로운 보이밴드 출범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상 CEO는 "한류의 정의를 재검토해야 할 때"라며 "콘텐츠가 해외에서 제작되었지만 한국 기업이나 한국 자본의 지원을 받는 해외 법인이 제작한 경우에도 여전히 한류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생충'의 프로듀서인 CJ ENM도 올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6월 지역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 K-드라마 공급을 시작했다.
숀 조 CJ ENM 글로벌 사업부 부사장은 "중동의 경우 한류의 인기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망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의 주요 시장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한국 요소와 현지 문화를 융합한 공동 제작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IP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 산업에서는 인도가 차세대 성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래프톤의 수상작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 산업의 경우, 인도 시장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
크래프톤 인디아의 션 현일 대표는 "인도의 게임 시장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라며 새로운 장르와 유형의 게임을 추가해 성장 잠재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시장 가치 300조 원, 수출 50조 원(약 360억 달러)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국을 '빅5 소프트파워'로 만들기 위한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개별 회사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정부는 강력한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빅5'는 음악, 드라마, 웹툰, 미용제품, 음식 등의 카테고리를 말한다.
하지만 업계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및 비디오 사용의 변화와 AI의 위협으로 제작 비용 상승, 흥행 수익 부진, 광고 수익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장기적 성공을 위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입법 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미디어 콘텐츠 수출 증가가 2022년 1만3000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4000명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대부분 젊고 고학력이며 숙련된 근로자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다.
고삼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간부는 "문화정책은 외교, 경제, 산업 정책의 부수적인 도구로 여겨져 왔지만, 앞으로는 다른 부문을 이끄는 핵심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