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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해상풍력, 국가안보 위협" 경고 잇따라...견제장치, 사실상 없어

"터빈 원격제어로 전력망 마비 우려도...독일 워터칸트·영광 낙월 프로젝트 '논란에도 강행'"
중국 남부 광둥성 중산에 있는 중국 명양 풍력 발전 중산 명양 전기 공장에서 풍력 터빈을 지나가는 노동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남부 광둥성 중산에 있는 중국 명양 풍력 발전 중산 명양 전기 공장에서 풍력 터빈을 지나가는 노동자. 사진=로이터
중국 해상풍력 기업들의 국가안보 위협 경고가 독일과 한국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견제장치는 전무한 상태로 대형 프로젝트들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 5월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기업가가 세운 풍력터빈 제조사의 270메가와트(MW)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두고 국방연구소가 "터빈 원격제어를 통한 전력망 마비와 정치 압박 도구화"를 경고했지만, 3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프로젝트 중단이나 구체적 견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국 역시 중국 국영기업의 2조 원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안보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풍력터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각국의 안보 우려가 경제적 현실 앞에서 무력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독일 270MW 프로젝트, 안보 경고에도 중단 없어


국제 에너지 전문매체 오프쇼어 매거진은 지난 529일 독일 국방부 산하 독일국방전략연구소(GIDS)가 중국 기업이 독일 핵심 해상 기반시설에 참여하면 심각한 보안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20251월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3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견제장치 마련이나 프로젝트 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독일 정부는 5월 말 국방연구소의 보안경고 이후에도 독일 북해에 지을 워터칸트(Waterkant) 프로젝트를 공식 중단하지 않고 있다. 독일 경제부는 이달 5"2035년까지 해상풍력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 2030년까지 영구자석의 30%를 중국 외 대체 공급망에서 조달 △ 2035년까지 영구자석의 50%를 중국 외 대체 공급망에서 조달 △ 호주, 일본 등 우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워터칸트 프로젝트중단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연구소가 제안한 국가조달법과 해상풍력에너지법에 따른 계약 배제 조항 검토는 구체적 법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에너지 기업들(EnBW·RWE)은 중국산 배제를 반대하며 "203030GW 해상·115GW 육상풍력 목표 달성을 이루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일부 야당과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보안 위험이 해소되지 않으면 공공안전을 근거로 계약 중단과 재입찰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현재 워터칸트 사업은 보안 우려 제기에 따른 법·제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공식 중단 결정 없이 2027~2029년 중 공사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풍력터빈 시장의 65%를 차지한 가운데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으로 진출하는 중국 풍력업체 견제 움직임이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네덜란드가 북해의 풍력 발전소와 LNG 및 전기 변전소를 포함한 주요 신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동안 테네트와 풍력 터빈의 지상 스테이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네덜란드가 북해의 풍력 발전소와 LNG 및 전기 변전소를 포함한 주요 신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동안 테네트와 풍력 터빈의 지상 스테이션. 사진=로이터


◇ 인민해방군 출신 창업자 밍양, 독일 프로젝트 터빈 공급 논란


독일 자산운용사 룩스카라(Luxcara)20238월 독일 북해 N-6.7 부지 수권권을 얻은 뒤 지난해 7월 중국 밍양 스마트 에너지(Ming Yang Smart Energy)18.5MW급 터빈 16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최종투자결정(FID)2027~2028년 중 이뤄질 예정이며, 2029년 시공을 시작해 270MW 규모로 돌아갈 계획이다. 완공되면 최대 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밍양 스마트 에너지 창업자 장촨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이라는 점이 보안 우려를 키웠다. 그는 197816세에 인민해방군에 들어가 18세에 중국공산당에 가입했으며, "산업을 통해 국가에 봉사한다"는 믿음을 강조해왔다. 밍양그룹은 300명이 넘는 전직 군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팀의 50% 이상이 돌격부대 지휘관이나 주요 업무 핵심을 맡은 퇴역 군인들"이라고 밝혔다고 지난 55일 뉴스위크에서 보도했다.
독일국방전략연구소는 지난 3월 내무부에 낸 보고서에서 중국이 해당 풍력터빈에 원격으로 접근하면 프로젝트를 일부러 늦추거나 전력공급을 끊어 정치 압박이나 경제 압력 수단으로 쓸 수 있으며, “독일 해군 함정, 잠수함, 항공기 감시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한 "중국 제조업체 시스템이나 부품을 쓸 때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이 정치 압박 수단이나 경제 전쟁 도구로 이런 지연이나 중단을 일부러 쓸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면 풍력발전단지 가동이 계획 승인부터 준공까지 최소 4~5년간 늦어질 수 있으며, 이는 독일 에너지 전환 과정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급업체들은 돌아가는 터빈을 제어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해상풍력단지에 달린 수백 개 레이더에서 자료를 모을 수 있는 접근권을 갖게 된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거론되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 레이더에서 표적을 동시 추적할 수 있고 기상 및 해양환경 데이터 수집도 가능해 해저케이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양환경 정보, 파도 방향, 높이, 주기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실시간 선박 위치나 해상 교통 정보와 해군 함정, 잠수함, 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감시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 유럽 전역 중국 풍력업체 견제 확산...한국도 2조 원 프로젝트 진출


독일의 우려는 유럽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중국 풍력기업 견제 움직임의 하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중국 풍력터빈 공급업체들이 국가 보조금을 통해 불공정한 경쟁을 벌인다는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에는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풍력발전단지와 관련된 중국 기업들이 들어갔다.

네덜란드, 영국, 폴란드, 리투아니아에서도 이미 중국 기업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노르웨이는 최근 밍양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을 거부했으며, 스코틀랜드에서도 밍양 터빈 제조시설 유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 안보를 책임지는 나토(NATO)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취급했다. 202412월 나토 에너지 안보 연례 원탁회의에서 WindEurope CEO 길스 딕슨(Giles Dickson)유럽은 해상풍력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 및 데이터 보안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현대 풍력터빈에는 300개의 센서가 있다. 이러한 센서의 데이터는 유럽과 우호국에서만 저장되고 분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NATO 외무장관들도 202412월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 모두가 사보타주, 사이버 공격, 에너지 협박 행위로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사회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에너지건설유한공사(CEEC)가 전남 영광군 낙월도 근처 바다에 짓는 365MW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 규모는 105억 위안(2조원)에 이른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와 올해 뽑은 해상풍력 지원사업 9개 중 8개가 외국산 터빈을 쓸 예정이며, 이 중 2곳이 중국산이다. 국내 기업인 유니슨은 중국 밍양과 합작법인을 세워 10MW급 해상풍력터빈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상풍력 시장에서 25% 이상 점유율 목표를 세웠다.

◇ 중국 시장 지배력 80% vs 유럽 점유율 하락세


독일과 유럽이 중국 기업과 협력을 고려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현실이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앞으로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해상풍력 설비 보급 시장에서 중국이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드 매켄지 보고서에 따르면, 밍양은 세계 5위 풍력터빈 제조사로, 9%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반면 유럽 기업들의 전체 점유율은 원드유럽 통계에 따르면, 201855%에서 202242%로 떨어졌다.

중국산 터빈은 유럽 경쟁사보다 50% 낮은 가격에 후불 결제 등 경쟁력을 갖춰 독일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독일 에너지 기업들은 중국 제품을 빼면 정부의 풍력발전 확대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올린다는 목표 아래 최소 30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과 115GW의 육상풍력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 정부는 203018.3GW, 203840.7GW의 풍력발전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90MW에 그친다. 해상풍력 발전 건설비는 원자재값 오름 등으로 현재 1GW마다 7조 원으로 올라선 상태로,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 중심으로 100조 원 이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한편 독일과 나토의 견제 움직임에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 중국 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독일국방전략연구소 주장이 "기술로는 불가능하며 사실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독일 내무부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믿을 수 없는 제조업체와 관련해 생길 수 있는 보안 위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고 답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와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의 겸임교수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산하 에너지 안보 회복력 프로그램 의장인 아널드 듀퓌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민간 핵심 기반시설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해왔다""이런 프로젝트는 보안, 공급망, 국내 산업 보호 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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