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집값 4년 새 64% 급등...외국인 투자 논란, 한국과 닯은꼴

21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도쿄 도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윗값 기준 도쿄 23구의 콘도 가격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약 64% 급등했다. 이는 해당 기간 도쿄 수도권 전체 상승률(26%)보다 거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쿄 23개 구 신축 콘도미니엄 평균 가격은 1억1181만 엔(약 10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상황을 더 정확히 보여주는 중윗값은 8940만 엔(약 8억46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9% 상승했다.
반면 일본의 소득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 중 낮은 편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성별 임금 격차가 큰 구조적 한계도 명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구매력 평가 조정 평균 연간 임금은 4만9446달러(약 6900만 원)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25위에 그쳤다.
도쿄 핵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배경에는 건설 및 인건비 상승에 더해 엔화 약세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린 점 등이 꼽힌다.
이 같은 도쿄 도심의 부동산 급등에 일본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참의원 선거 과정에서는 외국 자본 규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과 달리 일본은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
CNBC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7월 선거에서 약진한 국민민주당(DPFP)이 이르면 올가을 임시 국회에서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억제하는 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마키 유이치로 DPFP 당대표는 “도심 지역 주택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적 목적의 외국 자본 유입이 있다”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공실세’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또한, ‘일본 우선주의(Japan First)’를 내세우며 반(反)이민 노선을 강조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산세이토’도 외국인의 토지 매입을 억제하기 위한 자체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일본 여당 연합이 참·중의원 양원 모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특히 야당의 입장이 입법 과정에서 점점 더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정치 리스크 자문회사인 재팬 포사이트(Japan Foresight)의 토비야스 해리스 설립자는 “외국인 부동산 매입은 국가 안보와 경제안보 모두에 위험을 줄 수 있고, 일본인이 주택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부동산 매입자의 국적에 대한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외국인 매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 지요다구·시부야구·미나토구의 신규 아파트 중 20~40%가 외국인에게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NLI종합연구소의 사쿠마 마코토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매수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국내 투자자와 거주자들도 활발히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면서 “일본은행(BOJ)이 지난해 3월 이후 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실질 금리가 낮아 풍부한 유동성이 도심 부동산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는 외국인 부동산 규제 입법 전망이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새 총리의 등장이나 연립 구도 변화에 따라 야당이 외국인 소유 문제를 의제화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와세다대학 박사 과정의 로메오 마르칸투오니는 “단기적으로는 감세, 현금 지급, 유류세와 같은 더 시급한 현안들이 의회 논의의 우선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입법 경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