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생산 목표, 중동·아프리카 거점 확대로 글로벌 영향력 강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만의 사우드 바흐완 그룹과 손잡고 알제리에 부품 수입 조립(CKD) 방식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차량에 대한 시장 승인을 확보한 뒤 공장 건설에 대한 최종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 건설 예정지는 수도 알제에서 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렐리잔 주 시디 케타브에 있는 옛 폭스바겐 공장 부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서는 2027년부터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기 있는 소형 해치백과 다목적차량(SUV)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앞서 올해 7월 알제리 산업제약부에서 'SARL 현대자동차 제조 알제리' 명칭으로 자동차 생산을 위한 사전 영업 인가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알제리투자청(AAPI)은 지난 2월 산업제약부에 '오만 프로젝트' 허가 신청을 마쳤으며, 하반기 중 공장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알제리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총 네 곳의 차량 조립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현대차는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1993년), 에티오피아(2019년)에 조립공장을 운영 중이며, 기아도 가나(2021년)와 에티오피아(2017년)에 조립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한 현지 파트너인 지비(GB) 오토를 통해 이집트에서도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이번 알제리 진출은 현대차의 두 번째 시도다. 현대차는 2018년 알제리 민간 산업 그룹인 글로벌그룹과 손잡고 상용차 공장을 건설하려 했으나 나라 안 불안정 때문에 2020년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은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 공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세계자동차연합회(OICA)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의 자동차 판매량은 105만 대를 기록했다. 국제연합(UN)은 2030년 아프리카 인구가 20억 명으로 늘어나고 이 중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5억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북아프리카 나라들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투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모로코, 알제리, 이집트 등이 자동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에도 해마다 5만 대 규모의 CKD 공장을 완공했다. 중동 지역 첫 자동차 생산 공장으로 명년 4분기부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일 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으로 이집트에 제네시스 전시장을 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알제리 공장까지 완공하면 남쪽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서부의 가나, 중동부의 에티오피아 공장과 함께 아프리카 북부까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망을 갖추게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