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을 남겨뒀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공화당의 지지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추진됐던 ‘지니어스 법안(Gemius Act)’을 찬성 308표와 반대 122표로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24시간·플랫폼 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달러 연동형 토큰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연방 또는 주정부의 감독 체계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지지자들은 의회의 이번 법안 통과로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 방식이 가능해지고 현재 2650억 달러(약 364조 원) 규모의 시장이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씨티그룹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30년까지 3조7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입법에 대해 샘 뱅크먼-프리드의 FTX 붕괴로 신뢰가 무너졌던 암호화폐 산업이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고 본격적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지난해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친(親)암호화폐 성향 정치인의 당선을 위해 수억 달러를 선거자금으로 투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 하원이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암호화폐 주간)’으로 명명한 가운데 이날 하원은 지니어스 법안에 이어 더욱 포괄적인 암호화폐 시장 구조 개편 법안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향후 상원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다만 이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통과에 대해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소비자 보호 조치가 충분하지 않으며, 디지털 토큰 발행자가 파산할 경우 정부의 구제금융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주요 은행들은 이미 법안 통과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달러’가 기존 은행 시스템의 결제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은행업계의 입지를 방어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이날 11만8000달러대를 중심으로 혼조세를 보였던 비트코인은 법안 통과 소식에 12만 달러대로 뛰어올랐다. 비트코인은 앞서 지난 14일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 낙관론 속에 약 12만3000달러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해당 법안 통과로 서클 인터넷 그룹 등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즉각적인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서클 주가는 이날 0.81% 상승 마감에 그쳤으나 이번 주 25% 급등하는 등 법안 통과 기대감을 선반영했다. 서클과 수익 공유 계약을 맺은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날 3.2% 상승한 410.75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