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북극 군사협력 "환상"..."친구인 척하며 서로 감시"
해저 케이블 공격 합작하면서도 "러시아가 중국 견제하는 아이러니"
해저 케이블 공격 합작하면서도 "러시아가 중국 견제하는 아이러니"

유럽정책분석센터가 지난 8일(현지시각) 발표한 '북극에서의 중-러 협력' 보고서에 따르면, 두 나라는 북극 변두리에서 합동 훈련과 비행을 실시하고 있으나 통합된 지휘체계 부족으로 진정한 군사 통합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내셔널디펜스메거진 보고서 작성자인 마티유 불레그 유럽정책분석센터 대서양 횡단 방위 및 안보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현재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더 깊은 협력이라는 긍정 측면과 마찰 지점이라는 부정 측면에 의해 동등하게 정의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협력이라는 꼬리표를 넘어서서 실체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극지 안보를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이익에 반하는 위협 증폭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불레그 연구원은 "보고서의 요점은 우리가 이 협력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합동 훈련 늘어나나 통합 지휘체계 부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2019년부터 동중국해와 일본해 상공에서 합동 항공 순찰과 전략 폭격기 비행을 실시해 왔다. 이러한 비행은 일본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가까운 곳에서 이뤄졌으며, 종종 양국의 영공 침범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 인근에서 처음으로 합동 전략 폭격기 순찰을 실시했다.
해상에서도 양국은 북극해에서 멀지 않은 북태평양에서 훈련과 순찰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전함들은 알래스카를 거쳐 알류샨 열도 근처를 항해하며 베링해의 미국 배타 경제수역을 벗어나 해군 협력과 대잠수함전에 초점을 맞춘 연례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지난해 4월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경수비대와 중국 해안경비대가 불법 이주, 밀수, 조업, 테러를 공동으로 방지하기 위해 해양법 집행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지난해 9월 러시아 북극에서 처음으로 합동 해안경비대 훈련이 실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합의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간의 미래 군사 협력 청사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북태평양과 북극해에 나란히 위치한 베링해와 축치해에서 조만간 또 다른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양국의 중요한 상징적 승리"를 의미하며 국제 관심을 끌고 중국이 이 지역에서 해군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그러나 불레그 연구원은 이 모든 행사가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공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 관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단일하고 통일된 군 사령부로 통합돼 일종의 군사 호혜성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통합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해저 인프라 공격 능력 보유하나 러시아가 '문지기' 역할
보고서는 양국이 중요한 해저 인프라를 공동으로 파괴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파이프라인과 광섬유 통신 케이블과 같은 중요한 해저 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것은 특히 지역 긴장 고조 시 미국과 나토의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저비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북극 지역은 베링 해협과 같은 "요충지"로 인해 중복성과 복원력이 부족해 이러한 유형의 인프라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 사이의 발틱커넥터 가스관과 여러 광섬유 케이블이 인위적 활동의 영향을 받은 사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공모 징후가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발트해를 탈출한 중국 선박이 러시아 북극해 항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허가와 호위를 받았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북극 진출에는 러시아의 견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은 북극 지역의 운송 경로와 어류, 석유, 가스, 중요 광물 채굴을 위한 러시아 해안선 접근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는 '러시아의 조건에만 해당된다'고 불레그 연구원은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중국의 접근을 허용함으로써 "우정을 보여주고 그들이 혼자가 아니며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군사상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러시아는 자국을 북극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문지기'로 묘사하며 이 지역에 중국군이 더 많이 주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불레그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에 비춰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극에서 "눈과 귀를 가지고 좀 더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며 정보, 감시, 정찰 능력을 활용해 북극 환경에서 군사상 작전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레그 연구원은 "궁극으로 양국은 현재의 마찰 지점을 해결하는 것이 북극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무시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며 "현 상황은 미래에 좋은 징조가 아니며 더 이상의 협력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