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정제·자석 시장 90% 장악…美, 공급망 자립 위해 정부·기업 총력
2033년 2247억 달러 시장 전망…기술 혁신 속 회수율 90% 넘어, 투자도 활발
2033년 2247억 달러 시장 전망…기술 혁신 속 회수율 90% 넘어, 투자도 활발

실제로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미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70%(2020~2023년 기준)에 달한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정제·제련과 영구자석 생산에서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지난주 미국 내 유일의 희토류 생산업체인 MP 머티리얼즈의 우선주 4억 달러(약 5516억 원)어치를 인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이는 중국의 독점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 '자원 무기화'에 맞서…채굴 넘어 재활용으로
하지만 채굴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해답은 '재활용'이라는 오래된 개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차세대 재활용 산업은 수명을 다한 컴퓨터, 스마트폰, 서버 등 산더미처럼 쌓이는 전자 폐기물에서 금, 은, 구리는 물론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 원소까지 추출하는 첨단 산업으로 진화했다.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기업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하드디스크 등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시범 사업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비산성 용해 기술 같은 혁신 공정을 도입하는 식이다.
세계 굴지의 광물 기업 글렌코어의 쿠날 신하 글로벌 재활용 부문장은 "최근까지 전자 폐기물 재활용은 의미 있는 공급원으로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면서 "많은 이들이 이 시장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미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생산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관세와 무역 정책, 지정학적 위험이 겹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위협받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이 전동화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재활용 전자 폐기물의 전략상 가치는 날마다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전자 협회의 존 미첼 회장은 "미국이 수입하는 막대한 양의 전자제품에는 금, 알루미늄, 강철 등이 모두 들어있다"며 "관세 정책이 역설적으로 미국 내에 부족한 자원을 재활용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국 정부가 수입 구리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재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신규 광산 하나가 발견에서 생산까지 약 30년이 걸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재활용 구리는 훌륭한 대안이다. 에너지 데이터 분석 기업 우드 맥킨지는 현재 약 33% 수준인 재활용 구리 공급 비중이 2050년에는 4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업계의 미국 내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빌란트는 켄터키주에 1억 달러(약 1379억 원) 규모의 구리 재활용 공장을, 아우루비스는 조지아주에 8억 달러(약 1조 1032억 원) 규모의 복합 금속 재활용 시설을 건설 중이다. 아우루비스의 토랄프 하그 CEO는 "미국 최초의 대규모 2차 제련소가 될 이 시설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금속을 미국 경제 안에 유지시켜 공급망 독립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 폐기물 산에서 캐는 '돈'…수백조 시장 열린다
전자 폐기물의 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유엔(UN)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2022년 세계 전자 폐기물 발생량은 6200만 톤(t)으로 2010년보다 82% 급증했으며, 2030년에는 8200만 톤(t)에 이를 전망이다. 2024년 기준 미국 전자 폐기물 재활용 산업 매출은 약 281억 달러(약 38조7499억 원)에 이르며 해마다 평균 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희토류 금속 재활용 시장은 2023년 3억2945만 달러(약 4543억1155만 원)에서 2030년 6억9239만 달러(약 9548억581만 원)로, 세계 희토류 재활용 시장 전체는 2024년 178억 달러(약 24조5462억 원)에서 2033년 2247억 달러(약 309조8613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구리염 기반 공정, 고체상 추출법(SPE), 초음파 침출 등 혁신 기술이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한다. 일부 공정은 희토류 회수율 90%, 순도 99% 이상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 美, 공급망 재편 총력…'투트랙 전략' 가속
미·중 무역 전쟁은 희토류 재활용 스타트업의 등장을 가속했다. 지난 4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자동차 회사 포드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민간의 기술 개발로 맞서고 있다. MP 머티리얼즈는 미국 내 유일의 희토류 채굴·정제·자석 생산 일괄 기업으로,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해마다 4만5000톤(t) 이상의 희토류 산화물(세계 소비량의 약 15%)을 생산한다.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2028년까지 해마다 1만 톤(t) 규모의 자석 생산이 가능한 신규 공장(10X Facility)을 건설, 채굴부터 자석 제조까지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도 USA 레어 어스(USA Rare Earths), 아메리칸 리소스 코퍼레이션(American Resources Corporation) 등 다양한 기업이 친환경 희토류 추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글렌코어의 신하 부문장은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라이사이클이 재정난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한 사례를 들며 "단기 호재에 의존해 회사를 세워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대광고가 아닌, 사업의 기초 여건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의 거시적 환경은 전자 폐기물 재활용 분야에 더 많은 스타트업의 탄생과 투자를 이끌 것"이라며 "글렌코어 자신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해, 도시 광산 산업의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 자립을 위해 채굴 확대와 재활용이라는 두 갈래 전략을 쓰고 있으나, 낮은 재활용률과 기술상·경제상 한계,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는 미국 첨단산업과 국가안보에 직결된 핵심 현안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