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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옹호한 남아공 백인 농가, 美 30% 관세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회동 중 백인 농가 관련 보도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회동 중 백인 농가 관련 보도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다음달부터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그동안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던 남아공 백인 농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트럼프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남아공 백인 농민들에게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본격화한 무역 공세를 이달 다시 강화하며 남아공을 포함한 10여개국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내달 1일부터는 남아공산 감귤류와 와인, 대두, 사탕수수, 쇠고기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해 3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들 품목은 기존에 ‘아프리카 성장기회법’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이를 통해 남아공은 세계 2위 감귤 수출국으로서 연간 약 1억달러(약 1786억원의 수익을 미국 시장에서 올려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로 이같은 혜택은 사실상 종료된다.

남아공 서부 웨스턴케이프주의 시트러스달 지역에서 6대째 농사를 이어온 백인 농민 크리스얀 무턴은 “남아공 농민을 미국으로 불러들이자고 해놓고 남아 남아공에 있는 농민은 처벌하듯 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미국에 감귤을 수출하는 건 더는 수익이 안 남는다”고 덧붙였다.

남아공 감귤류생산자협회(CGA)의 보이초코 은차바벨 최고경영자(CEO)는 “30% 관세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수출 중심 구조를 이뤄온 지역 공동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는 백인 농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농민과 노동자에게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트러스달 지역의 감귤 산업은 지역 일자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턴의 농장에는 21명의 상시 노동자가 있으며 수확기에는 약 60명 이상이 더 고용된다. 협회는 “시트러스달 지역에서만 약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생산량을 다른 수출 시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마다 요구하는 과일 크기나 식물 위생 기준이 달라 미국에 맞춰 재배한 농산물이 쉽게 다른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인도 등 신시장 확대 방안도 거론되지만, 유럽연합(EU)처럼 검역 기준이 까다로운 곳은 진입 장벽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남아공 정부가 백인 농가의 토지를 강제로 몰수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왔고 이를 근거로 아프리카너(Afrikaner)라 불리는 백인 후손들을 미국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비난하며 원조를 중단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남아 남아공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는 백인 농민들에게는 이번 고율 관세가 치명적 타격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실제 정책은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트러스 포장공장 ‘흐헤더흐프 시트러스’의 안드레 넬 대표는 “이대로 관세가 유지되면 농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고, 업계 전반에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남아공 정부는 관세 철회를 위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번 관세는 양국 무역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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