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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손목 위 주치의'로 애플에 도전…'항산화 지수' 세계 첫 탑재

단순 추격 넘어 '예방의학'으로 차별화…고령화 시대·홈 헬스케어 정조준
AI 코치·스마트 안경 등 미래 기술 예고…'아이폰 연동'은 여전한 과제
2024년 7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7 울트라' 공개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제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7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7 울트라' 공개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제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삼성전자가 '디지털 헬스'를 무기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애플 추격에 나선다고 미 방송 CNN이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25년 의료비 상승과 고령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갤럭시 워치와 링에 새로운 건강 관리 기능을 탑재해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고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혼 팍 디지털 헬스팀장(부사장)은 CNN 인터뷰에서 이러한 새로운 전략 방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만성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고령화 인구가 있고,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든 압박이 우리가 있는 곳, 즉 가정으로 돌봄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판매 둔화 속에서 장기 고객을 확보하려는 두 거대 기술 기업의 웰니스 경쟁이 본격화했다.

◇ 세계 최초 '항산화 지수' 탑재…달리기 코치도 진화


삼성의 핵심 무기는 사용자가 질병을 얻기 전 미리 건강을 관리하도록 돕는 '예방 조언'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달 갤럭시 워치 5와 최신 모델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베타 버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세계 최초로 '항산화 지수' 측정 기능을 포함한다. 이 기능은 시계 뒷면 센서를 피부에 대고 LED 빛을 비추어 피를 뽑지 않고 피부의 카로티노이드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팍 부사장은 "이 기능은 사용자의 채소 섭취량을 재기보다 몸속에 충분한 항산화 물질이 있는지 추정하는 것"이라며 "혈중 베타카로틴 수치를 직접 재는 임상 시험을 거쳤다"고 기술 신뢰도를 강조했다. 측정 결과는 '낮음'에서 '충분'까지 등급으로 표시하고, 식습관 개선 같은 구체적인 생활 습관 조언도 함께 제공한다.

이 밖에 개인마다 맞춤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달리기 코치'와 '취침 시간 추천' 기능도 더했다. 달리기 코치 기능은 사용자 체력 수준을 분석해 훈련 계획을 짜주고 실시간으로 조언하며, 초보자부터 마라톤 준비자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이 최근 내놓은 '워크아웃 버디' 기능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 애플 점유율 20%, 삼성 6%…'홈 헬스케어'로 돌파구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약 20%에 이르는 반면, 삼성은 약 6%에 그쳤다. IDC의 지테시 우브라니 리서치 매니저는 "애플은 삼성보다 애플 워치를 매력적인 스마트폰 동반자로 알리는 데 더 뛰어났다"며 "(애플은) 다른 어떤 브랜드나 생태계보다 스마트워치를 '필수품'으로 만드는 데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팍 부사장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 맞서 삼성이 가진 남다른 강점을 내세웠다. 그는 삼성이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형태로 이미 수많은 가정에 자리 잡고 있어, 건강 관리 기능을 집에서 손쉽게 꾸리는 '홈 헬스케어' 기반으로 넓히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고, 혈관 부담이나 심박수 같은 지표를 종합해 스스로 건강을 돌보도록 돕는 것이 삼성 헬스케어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그는 "의사로서 우리는 환자 데이터의 1% 미만으로 진단과 치료를 결정한다"며 "환자가 운동하는지, 올바르게 식사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해, 일상 속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삼성 vs 애플 웨어러블 전략 비교.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삼성 vs 애플 웨어러블 전략 비교. 사진=글로벌이코노믹

◇ '아이폰 연동'은 숙제…AI·스마트 안경 미래도 그려


삼성은 시계를 넘어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팍 부사장은 AI 기반 건강 챗봇과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새로운 건강 관리 기능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AI 모델과 연동한 스마트 안경으로 접시를 분석해 사용자의 식사 속도나 음식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기술 역량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의 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삼성 스마트워치가 아이폰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큰 한계로 꼽힌다. 자체 스마트폰 생태계에 사용자를 묶어두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지만, 시장을 넓히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팍 부사장은 애플과 다시 협력할 가능성을 두고 "이 문제를 항상 논의한다"면서도 "활발한 논의가 있지만,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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