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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새로운 미·중 댄스...루비콘 강을 건넌 두 초강대국

휴전 없는 경쟁...중립국까지 선택 강요받는 시대
지정학적 신호 무력화, 예측 불가능한 갈등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오사카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지금, 세계 양대 경제대국은 전 세계에 '우리 편을 들거나, 아니면 상대 편을 들거나'라는 상반된 최후통첩을 보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오사카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지금, 세계 양대 경제대국은 전 세계에 '우리 편을 들거나, 아니면 상대 편을 들거나'라는 상반된 최후통첩을 보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은 이제 불안정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정의되는 새로운 춤에 갇혀 있으며, 더 이상 두 초강대국이 공존할 만큼 세계가 크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1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잠시나마 경제 전쟁 완화 가능성이 보였던 제네바 회의와 관세 중단 논의는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미국이 각국에 화웨이 AI 칩 포기를 요구하는 '지침'을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 국가들을 순방하며 유라시아에서 중국의 AI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갈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중국은 새로운 칩 규정이 취약한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맞섰다.

미·중 양국은 전 세계에 상반된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 미국은 '중국 중심적'이 되는 국가를 처벌하겠다고 위협하고, 중국은 새로운 칩 규정을 따르는 기업들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중립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가 중국이 세계 제1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쿠알라룸푸르는 화웨이와의 대규모 AI 프로젝트를 공개한 후 미국의 압박으로 철회했다. 지정학적 물결 속에서 코너에 몰리지 않으려는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춤에서는 놀라운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고 미국이 구축한 구조에서 이탈하는 동안, 중국 고위 관리들은 '세계 질서' 보호와 '일방적 괴롭힘' 반대를 주창하며 세계 질서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존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홍콩에 본부를 둔 국제조정기구(IOMed)가 글로벌 중재를 분열시키고 있으며, 향후 법적 분쟁이 국제사법재판소나 WTO가 아닌 IOMed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두의 유럽 자율주행 택시 확대 등 새로운 형태의 연결성과 무역으로 글로벌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유럽에 50% 관세 부과를 위협하면서, 유럽에서는 미국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EU는 자율성 추구 차원에서 중국 전기차 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개방을 재개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EU-중국 간 로맨스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새로운 미·중 춤을 항해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고 복잡하다.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이 지정학을 탐색하기 위해 사용하던 기존 '신호'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피치가 중국 국채 신용등급을 내렸지만, 투자 패턴에는 변화가 없었다. 미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담 보이콧을 위협하고, 유엔과 WTO 같은 기구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구조적 지표들이 지정학에 의해 가려지는 상황이다.

혼돈 속에서 기회를 감지하는 국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 방문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안으로 프랑스와 유럽을 내세웠다. 인도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의 무역 제한 철폐와 자유무역지대 조성을 제안했다.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무한정 지속되고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가 공유하지 않는 비밀은 그들 스스로도 이 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확대될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각변동이 시작됐고, 루비콘 강이 건넜으며, 얼마 전까지 광활해 보였던 세계가 더 이상 두 초강대국에게 충분히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총성 없는 전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이며, 양국 모두 상대방 가까이에서 또는 그늘 아래에서 활동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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