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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트럼프 관세·주한미군 감축 위협, 이재명 대통령의 위기 예고"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주한미군 축소 위협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한국에 복합적인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고 BBC가 5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에 따른 탄핵으로 3일 실시된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새 대통령으로 당선돼 4일 즉시 취임했다. 일반적으로 새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2개월의 인수 기간 없이 곧바로 집무에 돌입하면서 국정 구상은 물론 외교 대응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BBC는 이같이 전했다.

BBC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실제 취임과 동시에 맞닥뜨린 과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과 안보 동맹 균열이다.

BBC는 "한국인들은 오랜 동맹국인 미국이 최근 한국산 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철강·자동차 등 핵심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이미 적용 중인 상황에서 전체 품목으로 확대된 이번 조치는 경제 위기 가능성까지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관세 조치는 한국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소동 이후 이미 위축돼 있었으며 올해 1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BBC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과 안보를 분리하지 않고 협상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문제까지 연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과의 초기 관세 협상에서 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면서 “이건 아주 효율적인 원스톱 쇼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는 약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며 미국은 북핵 공격 시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방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BBC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동맹 안보를 비용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는 “지금처럼 한국을 전략적·도덕적 동맹으로 여기지 않는 미국 대통령은 처음”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일 경우 이는 동북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일부 국방관리들은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을 철수해 중국 견제를 위해 타 지역으로 재배치하거나 한국군이 대만 유사시 대응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강조해 왔다. 지난달 TV 토론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갈등에 휘말려선 안 된다. 우리는 양측 모두와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정인 교수도 “미국이 우리를 버릴까 봐 걱정이지만 동시에 미국 전략에 끌려가 중국 포위 전선에 얽히는 것도 우려된다”면서 “미국이 위협한다면 미군을 보내도 괜찮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이번 정세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했지만 2019년 이후 협상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시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언급했으며, 한국 내부에선 이번에도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단을 조건으로 김정은과 일방적 거래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담당관은 BBC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수준의 주한미군 철수를 대가로 협상할 가능성도 완전히 비현실적이지 않다”면서 “한국이 이번 협상에서 철저히 배제될 경우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왜 꼭 필요한 동맹인지 미국의 세금이 아깝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적인 카드가 조선산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취재한 BBC는 “현대중공업은 연간 40~50척의 선박을 건조하며, 미 해군에 군함도 납품하고 있다”며 “조선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이 매우 중요한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우만 현대중공업 방산부문 전략총괄은 “미국의 조선산업 문제는 안보와 직결돼 있다”며 “우리는 협상에서 매우 강력한 카드”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트럼프와 성급하게 합의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BBC는 “이제 그럴 여유조차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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