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머스크, 트럼프는 에이전트 X처럼 싸우는 중”…정부계약·에비탄 명단·탄핵 언급까지

6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 CEO가 트럼프의 국내 정책 법안을 “역겹고 추악한 법안”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공개적인 위협과 인신공격으로 번지며 동맹 관계의 전면 붕괴로 이어졌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자신이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머스크의 전기차 보조금과 우주 사업 계약을 끊는 것이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나는 바이든도 그걸 하지 않은 것이 늘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가 전기차 보조금 삭감에 격분했다고 주장하면서 “머스크는 그 법안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도 X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그는 “내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졌을 것”이라며 “이렇게 배은망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해부터 트럼프의 후원자로 나서 트럼프의 대통령 재집권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머스크는 약 2억7500만 달러(약 3800억원)의 정치자금을 트럼프에 기부했고 내년 중간선거를 위해 추가로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별로 이 자금의 집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다.
두 사람의 공개적 갈등은 주식시장에도 파장을 미쳤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4.3% 폭락하며 시가총액 약 1500억 달러(약 207조원)가 증발했고 트럼프의 미디어 회사인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도 8% 하락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웨드부시는 “머스크와 트럼프 간 결별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고 규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경고한 계약 해지는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의 수십억달러 규모 계약을 의미한다.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물자와 승무원을 운송하는 유일한 민간 기업이다. 머스크는 일시적으로 ‘드래건 캡슐 운용 중단’을 시사했지만 이후 “드래건은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날 X에만 약 80개의 글을 올리며 트럼프를 향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새 정당 창당이 필요하냐”는 투표를 올리기도 했고,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글에 동의하며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이에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트럼프에게 “머스크의 이민자 신분과 마약 복용, 국가기밀 접근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장 오늘 밤 스페이스X를 압류해야 한다”고도 했다.
양측의 측근들도 갈라서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측근인 찰리 커크, 스티븐 밀러 등을 언팔로우했으며 트럼프 측은 머스크의 안보자격 박탈을 검토 중이다. 머스크와 사이가 소원해진 보수 논객 애슐리 세인트 클레어는 “헤어진 조언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조롱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전달하며 “가장 위대한 혁신가”라고 치켜세웠고 머스크도 “대통령의 친구이자 조언자”로 남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며칠 만에 그 열쇠는 ‘정치적 족쇄’가 됐다고 NYT는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